호르무즈 봉쇄·홍해 후티 반군 피습에 '아이스 실크로드' 북극해 항로 대안 급부상
中 컨테이너선 닝보서 英 펠릭스토우 20일 주파… 韓 팬스타아크로 등 상업 운항 가세
해빙 가속·블랙카본 배출 급증… "물리적 무역로 복원력이 지구 온난화 악순환 부추겨"
中 컨테이너선 닝보서 英 펠릭스토우 20일 주파… 韓 팬스타아크로 등 상업 운항 가세
해빙 가속·블랙카본 배출 급증… "물리적 무역로 복원력이 지구 온난화 악순환 부추겨"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대이란 군사 충돌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마비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공격으로 글로벌 핵심 수송로가 잇따라 차단되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체 무역로로 러시아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극항로(NSR)'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남방 항로 대비 운항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물류 회복력을 제공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린 얼음 바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환경 파괴와 기후 비용이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9월 21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는 남아시아 및 글로벌 사우스 기후 안보 전문가 자와드 칼리드(Jawad Khalid)의 심층 기고를 통해, 지정학적 위기가 촉발한 북극항로 개척이 '다중위기(Polycrisis)' 시대의 치명적인 기후 역설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에즈의 '절반'인 20일 주파… 中·러 밀착 속 韓 선박도 첫 상업 항해
지난달 중국 씨 레전드 라인(Sea Legend Line)이 운항한 컨테이너선은 상하이 인근 닝보항을 출발해 러시아 북극권을 관통한 뒤 불과 20일 만에 영국 런던 동부 펠릭스토우항에 입항했다.
과거 육상 실크로드의 해상 판본인 이른바 '아이스 실크로드(빙상 실크로드)'를 실현한 것으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할 때 소요되는 기간의 약 절반에 불과한 속도다.
한국 국적선인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 역시 지난 9월 11일 영국 펠릭스토우를 향해 출항하며 국내 최초로 북극을 통과하는 유럽 상업 항해를 단행했다.
이 같은 북극 뱃길의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외나무다리에서 비롯됐다.
다만 이 북극 뱃길의 통행권은 전적으로 모스크바의 손에 쥐여 있다.
북극항로 운항 허가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공사 로사톰(Rosatom)이 독점 발급하고 있어, 러시아와 전략적 밀착을 과시해 온 중국의 선박들이 우선적인 접근권을 확보하며 공급망 우위를 누리고 있다.
미·중·러 3자 패권 각축장… "2035년 북극 얼음 없는 여름"
문제는 북극해가 단순한 물류 통로를 넘어 강대국 간의 전략적 자원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쇄빙선 인프라와 해상 운항 노선에서 긴밀히 공조하는 사이, 미국 역시 북극권 장악을 위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빙하와 암반 아래 막대한 핵심 광물과 희토류, 미개발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려는 전략적 노력을 거듭 강화하며 영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중·러 3개 강대국의 안보 경쟁이 북극권의 급격한 군사기지화와 자원 남획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인간의 개입은 가뜩이나 취약한 극지 생태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학계는 현재의 온난화 추세라면 오는 2035년 북극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진 여름'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알베도 효과' 붕괴와 블랙카본 배출… 아시아 역대급 폭염과 직결
북극항로 개척이 지닌 가장 뼈아픈 역설은, 기후 온난화의 비극으로 열린 바닷길에 선박이 늘어날수록 온난화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된다는 사실이다.
태양광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 기온을 낮춰주는 '알베도(Albedo·반사율)' 역할을 하던 거대한 흰 얼음이 녹아내리면 어두운 바닷물이 태양열을 고스란히 흡수한다.
여기에 북극을 통과하는 선박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와 '블랙카본(그을음)'은 얼음 표면에 내려앉아 반사율을 더욱 급격히 떨어뜨린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북극 운항 선박 수가 25% 늘어나는 동안, 이 지역의 블랙카본 배출량은 무려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극의 비극은 극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의 치명적 이상 기후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 섭씨 42.5도를 기록하며 122년 만에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34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홍콩 역시 1884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겪었다.
남아시아 전역은 섭씨 45도를 웃도는 살인적 폭염에 휩발렸고, 인도네시아는 초대형 산불 연무로 뒤덮였으며 인도는 20년 만에 가장 메마른 몬순(우기) 가뭄에 직면했다.
북극 얼음이 얇아진 대가로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의 청구서가 실시간으로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 아시아는 "무역망의 혼란을 막기 위해 환경 비용을 지구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가하는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회복력'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봉쇄를 뚫기 위해 북극해를 질주하는 상선들의 행렬은 새로운 상업적 개척의 승리가 아니라, 단기적 물류 편익을 위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갉아먹는 현대 문명의 위험한 경고등으로 평가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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