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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한 방향에서만 오지 않는다"… WEF "칸막이식 대응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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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한 방향에서만 오지 않는다"… WEF "칸막이식 대응 끝내야"

중동 분쟁에 호르무즈 해협 마비… 아시아 수입 타격 직격탄 속 유럽은 사상 최악 폭염에 냉각수 부족 원전 중단
스페인·포르투갈 등 선진국도 대규모 블랙아웃 경험… '피크 오일'·동남아 中 의존 태양광 등 신종 리스크 첩첩
세계경제포럼 "사이버 공격·사보타주·기후 충격 별개 관리 한계… 단절된 정부 소통·불투명 공급망 혁파 촉구"
지정학적 분쟁과 기후 충격, 전력망 스트레스가 동시다발적으로 교차하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정학적 분쟁과 기후 충격, 전력망 스트레스가 동시다발적으로 교차하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정학적 군사 충돌과 기록적인 기상이변, 그리고 송배전망의 물리적 한계가 한꺼번에 맞물려 폭발하는 '다원적 복합 에너지 위기(Poly-crisis)'가 전 세계 전력 생태계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거의 에너지 위기가 특정 산유국의 수출 감산이나 국지적 파업 등 단일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면, 최근의 위기는 호르무즈 해협 마비에 따른 화석연료 조달 대란, 역대 최악의 여름 폭염으로 인한 발전소 냉각 실패, 사이버 테러와 급진적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과부하가 동시다발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정전(블랙아웃)을 촉발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에너지 기업과 각국 정부가 사이버 안보, 기후 충격, 공급망 안보를 별개의 부서와 쪼개진 예산으로 다루던 낡은 칸막이식 대응을 즉각 폐기하고, 상호 연결된 거대한 '단일 통합 시스템' 관점으로 위기 대응 거버넌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9월 28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유력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의 헤일리 자렘바(Haley Zaremba)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최근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 에너지 수급 불안은 더 이상 단일 정책이나 특정 연료의 확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단계에 진입했다.

호르무즈 해협 마비에 유럽·아시아 패닉… "반복되는 위기 순환 끊어야"


올해 3월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로 글로벌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자, 국제 에너지 시장은 극심한 패닉에 빠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탈(脫)러시아 화석연료를 외치며 중동 의존도를 높였던 유럽은 또다시 수입 에너지 가격 폭등에 직면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당시 유럽 외교관들은 "상황을 바꾸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으나 또다시 수입 에너지 인질이 되었다"며 "유럽 정상들이 치솟는 전기요금과 유권자들의 분노 앞에서 또다시 근시안적인 단기 땜질 처방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 큰 충격은 아시아 시장으로 번졌다.
원유와 가스 수요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해 온 아시아 주요 수입국들은 기록적인 조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국가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대응해 동남아 신흥국들이 태양광 등 자체 청정에너지 보급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으나, 이는 또 다른 구조적 함정을 낳았다.

기존 송배전망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훨씬 초과해 태양광 패널이 난립하면서 계통 불안정이 심화된 데다, 핵심 부품 공급망을 중국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지정학적 공급 차단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폭염에 원전마저 멈춰… 2025년 이베리아 정전 이어 '피크 오일' 공포


화석연료 공급망이 마비된 상태에서 자연재해까지 겹쳤다.

올여름 유럽 대륙을 덮친 사상 최악의 극한 폭염은 에너지 그리드를 극한의 임계치로 내몰았다.

냉방 전력 수요가 폭증해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장 절실했던 시점에, 프랑스와 헝가리의 주요 원자력 발전소들은 강물 온도 상승으로 인한 냉각수 부족 문제로 원자로 가동을 강제로 멈추거나 출력을 대폭 낮춰야 했다.

이러한 다중 충격은 이미 서유럽 최고 수준의 전력 인프라를 자부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이베리아반도에서 2025년 발생한 대규모 광역 정전과 같은 계통 붕괴 사고로 가시화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요 산유국들의 구조적 생산 한계와 수출 감소가 맞물리는 '피크 오일(Peak Oil)'이 유럽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덮칠 다음 뇌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EF "사이버 공격·기후 충격·공급망,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해야"


세계경제포럼은 이번 주 발표한 심층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복합 위기의 본질을 짚었다.

WEF는 "2025년의 광역 정전과 올해 내내 지속된 전력망 압박은 결코 단일한 원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다"라며 "기술적 결함, 계통 제어 실패, 기후 충격, 물리적 파괴 공작이 과거에는 서로 독립적으로 관리되던 영역과 시스템 사이에서 연쇄 도미노 반응을 일으킨 결과"라고 진단했다.

WEF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세 가지 핵심 난제를 즉각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첫째는 에너지 산업과 정부 간 단절된 소통의 복원이며, 둘째는 불투명한 글로벌 재생에너지 및 부품 공급망의 투명성 확보, 셋째는 전력 유틸리티 기업들이 실시간 위협을 감지했을 때 즉각적이고 법적인 방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비상 권한 부여이다.

WEF는 "지난 10년간 에너지 기업들은 사이버 공격, 물리적 사보타주(파괴 공작), 기상이변, 지정학적 위험을 각기 다른 부서, 분리된 예산, 별개의 리스크 관리 대장으로 취급해 왔다"며 "그러나 모든 인프라가 디지털로 얽히고 상호 연결된 현대 에너지 시스템에서 이러한 분리와 파편화 자체가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변질되었다"고 강조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이번 경고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안보 갈등과 계통 회복력(Resilience)을 하나로 통합해 다루지 못할 경우, 산업과 사회 전반의 불이 꺼지는 대재앙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전력망 고도화와 공급망 다변화라는 복합 과제를 마주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들에게도 안보·기후·통상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초학제적 위기 대응 거버넌스 수립이 절실해지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