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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억 달러 날린 중남미 광업, 자원 매장량보다 제도가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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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억 달러 날린 중남미 광업, 자원 매장량보다 제도가 갈랐다

중남미 주요 채굴 프로젝트, 규제와 분쟁으로 540억 달러 손실·동결
환경 법정 공방·운송로 차단·불법 채굴 겹치며 생산 일정 줄줄이 표류
자원 조달 안정성 핵심 변수로 떠오른 치안과 현장 실행 가능성
중남미 광산의 인허가 지연과 중단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남미 광산의 인허가 지연과 중단 이미지=제미나이3
인허가 불확실성과 지역사회 갈등으로 중남미 광업 분야에서 540억 달러(약 72조 7110억원)의 손실과 자본 동결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 매장량과 단순 채산성뿐 아니라 치안 불안, 지역 분쟁 같은 비경제적 변수와 현장 실행 가능성이 원료 조달 안정성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 지형도 재편을 맞고 있다.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은 시장 조사회사 아메리카스 마켓 인텔리전스(AMI)의 9월 집계를 인용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이같이전했다.

인허가 취소와 치안 불안이 멈춰 세운 채굴 현장


중남미 주요 광산 현장은 환경 규제 강화와 원주민 갈등으로 잇따라 사업 중단 사태를 겪고 있다. 파나마 대법원은 지난 2023년 말 캐나다 광산 기업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FQM)의 코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 채굴 계약 승인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폐쇄를 명령했다. 칠레 제2환경법원은 지난 5월 주민 의견 수렴 미흡을 이유로 세계 6위 규모 구리 생산 거점인 콜라후아시 광산의 32억 달러(약 4조 3088억원) 확장 사업 승인을 취소했다.

치안 악화와 지역 분쟁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페루 라스 밤바스 광산은 지난 2016년 상업 생산 시작 이후 운송로를 따라 누적 700일 넘게 운송로 차단을 겪었다. 콜롬비아에서는 중국 쯔진마이닝(Zijin Mining)이 운영하는 부리티카 금광 갱도의 60%를 무장 조직의 지원을 받는 불법 채굴업자들이 점거했다. 제도적 정당성과 치안 확보가 뒷받침되지 못한 프로젝트는 경제성을 갖추더라도 개발 단계에서 좌초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380억 달러 손실 확정과 160억 달러 자본 동결


집계된 540억 달러 가운데 약 380억 달러(약 51조 1670억원)는 자산 상각과 법적 합의금, 벌금으로 확정된 손실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례는 2015년 발생한 브라질 마리아나 광미댐 붕괴 사고다. BHP와 발레, 사마르코가 브라질 당국과 맺은 합의금 규모는 317억 달러(약 42조 6841억원)에 이른다. 콜롬비아 케브라도나 사업을 추진하던 앵글로골드 아샨티는 2021년 사업 중단 후 9800만 달러(약 1319억원)를 상각 처리했다.

나머지 약 160억 달러(약 21조 5440억원)는 사업 지연으로 묶인 동결 자본이다. 페루에서는 사회적 반대와 불법 채굴 탓에 약 70억 달러(약 9조 4255억원) 규모의 구리 프로젝트가 멈춰 섰다. 멕시코에서도 바하칼리포르니아 엘 아르코를 포함한 3개 사업에서 40억 달러(약 5조 3860억원)의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GEM 마이닝 컨설팅의 후안 이그나시오 구스만 최고경영자는 사업 지연이 현금 흐름 창출 시점을 늦춰 프로젝트의 전체 자산 가치를 훼손한다고 짚었다.

제도 투명성 경쟁과 자원 조달선 다변화 과제


글로벌 광산 기업들은 신규 대규모 개발보다 인프라가 갖춰진 기존 광산 증설로 선회하고 있다. 칠레 플러스마이닝의 후안 카를로스 과하르도 전무이사는 광물 자원 자체보다 개발 방안의 신뢰성이 자본 유치의 분기점이라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는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RIGI)를 도입해 비쿠냐 프로젝트를 편입시켰고 칠레는 인허가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 광물 시장의 중심축은 단순 매장량 규모에서 인허가 제도 투명성과 사회적 합의 역량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남미산 리튬과 구리를 조달하는 한국 배터리 소재와 전선 업계는 장기 구매 계약 대상국의 제도적 안정성을 재평가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특정 국가나 신규 개발 프로젝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인허가 지연이나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조달 단가 상승과 납기 지연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현지 투자 보호 조치가 현장에 안착할 경우 공급망 리스크는 완화할 수 있다.

중남미 각국 정부의 제도 개선 속도와 실제 생산 현장의 갈등 완화 여부가 공급망 안정성을 가를 핵심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지 제도 개혁 성패에 따라 원료 조달 안정성과 자본 집중 방향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