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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위에 세운 첨단 산업의 꿈, 중동을 삼킨 '물 부족'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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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위에 세운 첨단 산업의 꿈, 중동을 삼킨 '물 부족' 경고음

- 걸프 6개국, 인공지능과 반도체 육성 속 담수화 용수 수요 폭발적 증가
- 농축수 방류로 페르시아만 염도 상승하며 전력 및 생산 비용 가중 우려
- 담수 공급 능력 절대량 보다 당국의 규제 집행력 문제...한국 원전·담수화 플랜트 밸류체인 여파 주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 찬 미래 도시 프로젝트 ‘더 라인(The Line)’이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선형 주거 도시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사업 방향을 급격히 선회했다. 사진=네옴(NEOM) 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 찬 미래 도시 프로젝트 ‘더 라인(The Line)’이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선형 주거 도시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사업 방향을 급격히 선회했다. 사진=네옴(NEOM)
석유가 풍부한 걸프협력회의 6개국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원자력 발전, 제약 등 물 집약 첨단 산업을 경제 다각화의 핵심축으로 추진하면서 수자원 안보 위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기술 매체 패스트컴퍼니의 중동 지역 판인 '패스트컴퍼니 미들이스트'는 8일(현지시간) 걸프 지역의 산업 확장이 해수 담수화 의존도를 높이고 페르시아만의 염도 상승과 전력 비용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국 원전, 반도체, 인프라 기업의 장기 운영비와 공급망 전략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엔은 걸프 6개국 전역을 '극심한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 아쿼덕트 지수에서도 이들 국가는 물 스트레스 상위 25개국에 포함되며, 매년 가용 재생 수자원의 80% 이상을 소비한다.

오일머니 태운 첨단 산업…용수 수요 폭발


걸프 국가들은 물 고갈 속에서도 첨단 제조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리버와이먼의 아르노 들라마르 파트너는 1기가와트 용량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주로 냉각용으로 하루 수천 톤의 물을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장 역시 실리콘 웨이퍼 세척을 위해 초순수를 대량 사용해 최첨단 공장 한 곳당 하루 최대 3만 7850톤(약 1000만 갤런)의 초순수를 소비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4년 10억 달러(약 1조 3880억 원) 규모의 국가 반도체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제약과 원전 부문의 용수 압박도 거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의약품 40% 자급을 목표로 하고 오만은 18개 제약 시설을 건설 중이며, 제약 공정은 의약품 1톤당 200~500t의 정제수를 소비한다.

원자력 발전은 전력 1메가와트시당 약 2.7톤(약 720갤런)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유일하게 가동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30년 민간 핵 협정을 맺고 첫 대형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담수화 부작용 속 페르시아만 염도 상승 경고


걸프 국가들은 해수 담수화로 부족한 물을 보충하지만, 이는 새로운 환경 리스크를 낳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수자원 관리 전문가 왈리드 살레 박사는 담수 1톤 생산 시 약 1.5톤의 농축 염수가 폐수로 방류된다고 밝혔다. 사이언티픽 리포츠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방류로 페르시아만의 해수 염도가 오르는 추세다.

살레 박사는 염도가 오르면 취수 염도가 높아져 담수 1톤당 에너지 비용이 오른다며, 이는 통제 기구가 없는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다만 물의 절대량이 당장 산업 확장을 막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UAE 인공지능 섹터의 2030년 예상 연간 물 소비량은 데이터센터 냉각 기준 약 6100만 톤(하루 약 16만 7000톤)으로, 현재 아랍에미리트 하루 담수화 생산 능력(700만 톤 이상)의 약 2.38% 수준이다.

담수 공급의 절대량 보다 규제 집행력 부재 문제


전문가들은 물의 절대량보다 규제 집행력 부재가 더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한다.

살레 박사는 걸프 기업 중 물 지표를 추적하는 곳은 25% 미만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UAE 국영 테크기업 G42, 사우디 휴메인 등 현지 빅테크 기업도 현지 시설의 메가와트당 물 사용량을 공개한 곳은 없다고 밝혔다.

제도적 규제의 실효성도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5년 3월 취수 허가량 초과 위반 시 최대 20만 사우디 리얄(약 7100만 원)의 벌금을 도입했으나, 이는 취수량만 제한할 뿐 오염물질 방류는 다루지 않는다.

살레 박사는 두 나라 모두에서 오염 방류로 실제 벌금이 부과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엔대학 물·환경·건강연구소(UNU-INWEH) 물 정책 전문가 모하메드 마흐무드 박사는 수자원이 기회비용을 가진 경제적 입력 요소로 산업 정책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UAE는 '물 안보 전략 2036'을 통해 처리수 재이용률 95%와 총 물 수요 21% 감축을 추진 중이다.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중동 원전 및 담수화 플랜트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은 용수 비용 증가와 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현지 용수 단가 상승은 프로젝트 운영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나, 고효율 재이용수 및 담수화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에는 수처리 플랜트 수주 기회가 새로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