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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 위험서 벗어난다… '공급망 다각화법' 12월 전격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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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 위험서 벗어난다… '공급망 다각화법' 12월 전격 도입

EU 집행위, 필수 원자재 '최소 3개 공급처 조달' 의무화… 화학·기계 우선 타깃
佛·獨, 英에 '메이드 인 유럽' 예외 적용 추진… 대중 전기차 관세 동맹 편입 유도
'국가 무차별' 원칙에 韓·日 자동차 업계 불똥 우려… 中 리창 "보호무역주의" 반발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10월 15일 유럽 이사회 회의 전에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메르츠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EU의 무역 불균형 위한 긴급 조치를 촉구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10월 15일 유럽 이사회 회의 전에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메르츠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EU의 무역 불균형 위한 긴급 조치를 촉구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대중국 무역적자가 하루 10억 유로(약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핵심 산업 공급망의 '탈중국 위험 완화(디리스킹)'를 강제하는 새로운 무역 장벽을 꺼내 들었다.

핵심 전략 부문 기업들이 필수 원자재와 부품을 최소 3개 이상의 공급업체로부터 분산 조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오는 12월 전격 도입하는 한편,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을 EU 단일 규제권으로 끌어들여 중국산 전기차 수입 차단 전선을 영불해협 너머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1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개 회원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의 위험 제거(디리스킹)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이른바 '다각화 EU(Diversification EU)' 방안을 오는 12월 정식 상정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제도는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는 '국가 중립적(Country-agnostic)' 방식으로 설계되지만, 회원국 중 하나가 외부의 경제적 강압이나 보복에 직면했을 때 블록 전체가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연대 메커니즘을 포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원자재 '3개 이상 분산 조달' 의무화… 화학·기계 산업 정조준


새롭게 도입될 '다각화 EU' 제도의 핵심 골자는 화학, 첨단 기계, 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필수 원자재와 중간재를 특정 국가나 단일 업체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최소 3개 이상의 복수 공급처'를 확보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지난주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 수입 제한 합의를 도출한 데 이어, 화학과 기계 부문을 차기 최우선 규제 적용 대상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유럽 화학업계는 중국의 국가 주도형 설비 증설과 저가 덤핑 공세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벨기에·프랑스 합작 글로벌 화학기업 솔베이(Solvay) 측은 "2022년 이후 유럽 내 화학 생산능력의 약 10%가 폐쇄되는 등 중국발 구조적 과잉 공급으로 유럽 생산자들이 궤멸적 타격을 입고 있다"며 EU의 보호조치를 환영했다.

다만 "화학 소재는 품목별 스펙과 다운스트림 연관 효과가 복잡한 만큼, 획일적인 수입 쿼터 설정보다는 정밀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됐다.

英 끌어들여 '반중 차단벽' 완성… 佛·獨, '메이드 인 유럽' 면제 카드

완성차 부문에서는 대중 포위망을 영국까지 넓히는 파격적인 통상 외교가 전개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영국이 EU의 자동차 환경·보조금 규범을 동일하게 채택할 경우, 브렉시트 이후 적용되던 '메이드 인 유럽(유럽산 부품 인정 비율)' 현지화 규정에서 영국을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안이 승인되면 영국은 사실상 EU의 대중국 전기차 고율 관세 체계를 그대로 도입해야 한다. 영국은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의 최대 수입국이자 비야디(BYD)의 최대 해외 거점으로,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의 규제 동조화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가 영국을 거쳐 유럽 본토로 우회 침투하는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나, 내년부터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의 유럽 수출을 연간 35만 대로 제한하고 이후 증가율을 연 6%로 묶는 타협안을 이끌어낸 바 있다. 2년 전 EU의 순수 전기차 관세를 피해 하이브리드로 우회한 중국 완성차 업계에 재차 빗장을 걸어 잠근 셈이다.

"중국 잡으려다 韓·日에 유탄" 우려… 中 리창 "보호무역 횡포"


EU의 이번 조치가 '국가 중립적' 규범을 표방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우방국 제조업체들에도 부수적 피해(유탄)가 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글로벌 로펌 니시무라&아사히의 조나단 고피울 정책 분석가는 "중국을 겨냥한 원산지 추적 및 우회 수출 방지 요건이 한층 엄격해질 경우, 복잡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을 보유한 한국과 일본 완성차·배터리 제조사들에 막대한 행정 준수 비용과 규제 리스크가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9월 중국의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6.3% 급증했으며, EU와의 월간 무역흑자는 348억 달러(약 47조 원)로 1년 전(229억 달러) 대비 폭증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광저우 캔톤페어 기조연설에서 서방을 겨냥해 "무역 흑자를 부당한 착취로 매도하고 자국 적자를 빌미로 타국에 수출 규제를 가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의 전형"이라며 "이러한 인위적 통제는 비용 상승과 공급망 교란을 초래해 글로벌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젤렌스키 브뤼셀 급파… 하이브리드 위협 속 7년 예산 협상 촉각


한편 이번 EU 정상회의의 이면에는 안보 위기와 내부 정치 불안이 깊게 드리워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브뤼셀을 찾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의 겨울철 에너지 시설 파괴 및 통신망 교란 공격에 맞선 지원을 호소했다.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 화물기 폭발물 드론 등 러시아 연계 하이브리드 테러가 잇따르며 유럽 영공 안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EU 회의론자인 극우 마린 르펜의 집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EU 지도부는 프랑스의 분담금 삭감 사태가 터지기 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포함한 향후 7개년 장기 예산안(MFF) 합의를 서둘러 마무리 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