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수도 아스타나, 중국산 경전철·전기차 97% 점유… '중국 북부 대도시' 방불
나자르바예프대 조사 "2021년 이후 경제 실익으로 호감도 반등"… '비간섭 기조' 주효
美 루비오 국무장관 C5 회담 급파 맞불… 광물·인프라 놓고 미·중·러 각축전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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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공항과 도심을 잇는 첨단 무인 경전철(LRT)부터 도로를 가득 채운 비야디(BYD) 전기차, 거리의 미니소·샤오미 매장과 알리페이 결제망까지 중국의 경제적·문화적 영향력이 중앙아시아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역내 장악력이 흔들리는 틈을 타,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발원지인 중앙아시아에서 서방과 러시아를 압도하는 실용적 '맞춤형 협력'을 앞세워 맹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월 1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아스타나발 현지 르포에 따르면, 인구 130만 명의 아스타나 도심은 소비재부터 하이테크 인프라까지 전방위적인 '중국화'가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전기차 판매 97%가 중국산… 도심 관통하는 '중국 표준' 무인 LRT
현지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이미 중국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올해 1~4월 카자흐스탄에서 판매된 2,122대의 전기와 하이브리드 차량 중 97% 이상(2,000여 대)이 BYD, 리오토(Li Auto), 지커(Zeekr), 지리 갤럭시대(Geely Galaxy)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모델이었다. 기아, 현대, 토요타 등 기존 내연기관 강자들의 틈바구니에서 가격 경쟁력과 화려한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결과다.
도시 인프라에서도 중국의 기술 종속이 가시화됐다. 지난 5월 정식 개통한 아스타나 경전철은 공항에서 시내 중심가까지 5분 배차 간격으로 운행 중이다.
중국의 차량, 신호 표준, 엔지니어링 장비로 완성된 이 철도는 중앙아시아 최초의 무인 자동운전 경전철 시스템으로, 주요 역사 개찰구에는 중국산 안면인식 기술이 도입됐다. 현재 2단계 노선 확장 공사 역시 중국계 건설사들이 전담하고 있다.
쇼핑몰과 상권도 중국 브랜드가 점령했다. 음료 프랜차이즈 미쉐(Mixue)와 생활용품점 미니소(Miniso), 스포츠웨어 리닝(Li-Ning), 상하이성(Song) 등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현지 맥주 업체는 중국식 쌀 맥주 레시피를 모방한 '이창(Yichang)' 맥주를 출시해 역으로 중국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4만 9천 명 조사 "경제적 실익 보며 호감도 반등"… 기성세대 불안감은 여전
중국에 대한 현지 여론도 과거의 반중(反中) 정서에서 벗어나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학술지 《포스트 소비에트 어페어(Post-Soviet Affairs)》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주민 4만 9,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일대일로 초기 토지 잠식과 부채 함정에 대한 우려로 급락했던 대중 호감도가 2021년 이후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확충에 힘입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저자인 제시카 니피(Jessica Neafie)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 교수는 "막연했던 불안감이 실현되지 않고 일자리와 복지 혜택이라는 구체적 결과물이 확인되면서 대중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됐다"며 "특히 내정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외교적 접근법이 신뢰를 높인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 구소련 시절 중·소 국경 분쟁(1969년)을 경험한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중국 자본 침투에 따른 주권 훼손과 대(對)러시아 외교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양말부터 AI까지 맞춤 공급"… 美 루비오 5개국 순방 '맞불'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이 거두고 있는 성과의 원천을 '포괄성과 실용성'에서 찾고 있다.
주융뱌오(Zhu Yongbiao) 란저우대 아프가니스탄 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은 최첨단 AI, 전기차, 태양광 발전 인프라는 물론 볼트와 양말 같은 기초 소비재까지 중앙아시아의 모든 수요를 맞춤형으로 완벽히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제조 대국"이라며 "이는 미국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독보적인 물리적 강점"이라고 짚었다.
서방 진영의 견제도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 광물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해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2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을 중앙아시아에 급파했다.
루비오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우즈베크, 카자흐, 타지크, 투르크멘, 키르기스 등 'C5(중앙아시아 5개국)' 고위급 회담을 열고 광물·에너지 협력을 타진한다.
국제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 튀르키예 등 주요국이 핵심 광물과 플랜트 수주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는 '균형 외교'를 펼치며 두 거인의 경쟁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