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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저장고 텅텅"… 호르무즈 충격 겹친 유럽, '최악의 겨울 에너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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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저장고 텅텅"… 호르무즈 충격 겹친 유럽, '최악의 겨울 에너지 위기'

유럽 가스 저장률 67% 그쳐… 최대 저장국 독일은 50% 수준으로 80% 목표 달성 '빨간불'
이란 전쟁 이후 천연가스 2배 폭등… 제트유 112%·원유 65% 급등해 인플레 재점화
美 LNG 수입 집중하나 역부족… 英 제조업 16만 개 일자리 증발·에너지 배급제 현실화 우려
유럽이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이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가스 비축량이 예년 평균을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중동발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망이 마비되자, 유럽 대륙이 또 한 번의 가혹하고 값비싼 '겨울철 에너지 대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누적 9,000억 유로 이상의 천연가스 수입 프리미엄을 치른 유럽연합(EU)은 올해만 석유·가스 수입에 1,000억 유로(약 148조 원)를 추가 지출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단숨에 두 배 이상 치솟으면서, 이번 겨울이 2022년 에너지 대위기를 뛰어넘는 사상 최악의 공급 및 물가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0월 18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전문 미디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의 에너지 전문 분석가 펠리시티 브래드스톡(Felicity Bradstock)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동절기를 목전에 둔 유럽 각국은 바닥난 가스 재고와 치솟는 연료비로 인해 가계와 산업 생태계 전반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가스 저장률 67%… 2022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


유럽 에너지 안보의 1차 방어선인 지하 가스 저장고(UGS)는 비상 상황이다.

9월 말 기준 유럽 전역의 천연가스 평균 저장률은 약 67%에 그쳐, 통상적인 동절기 직전 목표치인 80%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터졌던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유럽 내 최대 가스 저장 용량을 보유한 독일의 경우 현재 저장고가 절반 수준밖에 채워지지 않아, EU 집행위원회가 권고한 80% 의무 비축 기준을 사실상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및 LNG 수송이 원천 봉쇄되면서 글로벌 연료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2025년 9월 하순부터 2026년 현재까지 원유 가격은 65%, 디젤은 45%, 항공 제트 연료는 무려 112% 폭등했다.

덴마크 출신의 댄 요르겐센(Dan Jørgensen) EU 신임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매우 높은 유가와 가스 가격으로 인해 이번 겨울은 혹독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당장의 수급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화석연료 수입 시 적용하려던 '메탄가스 배출 감축 규제' 도입을 전격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美 LNG 집중에도 한계… "2027년까지 무역 통제 장기화"


유럽은 중동발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아시아보다 운송 거리가 짧은 대서양 항로로 미국산 LNG 화물이 대거 선회하면서, 대서양과 태평양의 해상 운임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LNG 독립 분석가인 프라틱샤 네기(Pratiksha Negi)는 "대서양 무역 비중 증가와 올해 첫 7개월간 인도된 55척의 신조 LNG 운반선에 더해 연말까지 40~45척이 추가 인도될 예정"이라며 "심각한 가스 저장 적자를 겪고 있는 유럽이 2026년 4분기에도 미국 LNG의 최대 수입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국의 증산만으로는 페르시아만 일대의 거대한 수급 결손을 완전히 메우기 어렵다.

엘니뇨 기상 이변으로 인한 기록적 한파 가능성,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유조선 공격, 중동 주요 파이프라인 피격 위험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원유·가스 교역 제한은 2027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제조업 '비명'… 英 16만 명 실직 위기·에너지 배급제 현실화


에너지 비용 폭등의 충격은 산업계 현장으로 직결되고 있다.

연료비와 전력 요금 상승을 견디지 못한 유럽 화학·철강·제조 공장들이 잇달아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일자리 감원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 아이템 클럽(Item Club)은 최신 전망을 통해, 에너지 위기와 전쟁 여파로 2026년 한 해 동안 영국 내에서만 최대 16만 3,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격은 남웨일스와 험버 등 전통 제조업 밀집 지역에 집중됐다.

영국은 유럽 최대 가스 소비국 중 하나이면서도 자체 저장 인프라가 극도로 취약해 대외 공급선 충격에 가장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브리티시 가스의 모회사인 센트리카(Centrica)의 크리스 오셰이(Chris O'Shea) 최고경영자(CEO)는 "다가오는 겨울을 버텨낼 저장 가스가 영국에는 사실상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파이프라인 수급이 단절될 경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정부들이 일반 가정의 난방 온도를 제한하고 비필수 산업 시설의 전력 사용을 강제 차단하는 '에너지 배급제'를 다시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