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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우선주의' 탈피한 中, 안보·기술자립 압박에 지방 관료 '보신주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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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우선주의' 탈피한 中, 안보·기술자립 압박에 지방 관료 '보신주의' 확산

10월 말 공산당 20기 5중전회 앞두고 '고품질 발전'·'국가안보 조정'으로 평가 지표 대전환
올해 성장률 목표 4.5~5.0%… 2분기 4.3% 찍고 3분기 4.5% 턱걸이 속 목표 달성 경고등
"실수가 무행동보다 치명적"… 부채·안전 처벌 강화에 지방정부 '복지부동', 민간·외자기업 애로
중국국기 사이에 노동자 축소형이 배치되어 있고, 반도체 칩이 장착된 인쇄 회로 기판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국기 사이에 노동자 축소형이 배치되어 있고, 반도체 칩이 장착된 인쇄 회로 기판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수십 년간 중국 공산당 관료 사회의 핵심 승진 공식이었던 'GDP 지상주의'가 종식을 고하고 있다.

중국 중앙 지도부가 경제성장률이라는 단일 수치 대신 국가 안보, 기술 자립, 공공 안전, 지방 부채 감축 등을 포괄하는 '고품질 발전'을 핵심 국정 기조로 내세우면서 정책 집행의 최전선에 선 지방정부 간부들이 복잡하고 상충되는 우선순위 조율에 직면했다.

그러나 중앙의 고강도 사정 칼날과 처벌 위험이 겹치면서 지방 관료 사회 전반에 "창의적 시도보다는 실수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극단적인 위험 회피와 보신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10월 22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오는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개최한다.
이번 5중전회는 10년에 두 번 열리는 차기 당 전국대표대회를 약 1년 앞둔 시점에 개최되어 차기 지도부 인사 윤곽과 국가 중장기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 정치 행사다.

'덩샤오핑식 경제 건설'에서 시진핑식 '발전과 안보 조정'으로


과거 1970년대 말 덩샤오핑 집권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 시절까지 중국 관료의 역량 평가는 거의 전적으로 '관할 지역의 GDP 성장률'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이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전환을 맞았다. 2017년 도입된 '고품질 발전' 개념에 이어,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는 당 헌법에 '경제 발전과 안보의 조정'이라는 지침이 명문화됐다.

특히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서방의 첨단 부품 의존을 탈피하기 위한 '기술 자립'과 '국가 핵심 안보' 기여도가 관료의 핵심 승진 잣대로 떠올랐다.

베이징 당국은 지난 2월부터 무리한 인프라 투자로 막대한 부채와 혈세를 낭비하는 '보여주기식 치적 사업'을 정조준하며 관료들에게 올바른 '정치적 성과관'을 확립할 것을 지시했다.

저장성의 한 중소기업 금융 지원 담당 관료는 SCMP에 "이제는 단순 경제성보다 정치 이론과 지도부의 지시 연구가 먼저"라며 "정치적 잣대와 경제적 실익을 철저히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한다"… 징계 칼날에 지방정부 '복지부동'


문제는 베이징의 요구가 복잡해지면서 지방 관료들이 극단적인 보신주의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안쿠라(Ancura)의 알프레도 몬투파르-헬루(Alfredo Montufar-Helu) 중국 대표는 "중앙의 평가는 이제 성장 자체가 아니라 보안과 기술 자립에 기여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처벌을 부르기 때문에, 위험을 극도로 꺼리는 관료들은 주도적인 시도보다 신중함과 복지부동을 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앙 당국의 처벌 수위는 유례없이 높다.

공공 안전 감독 부실을 이유로 지난 9월 이후 장쑤성, 하이난성 등 4개 성·자치구에서 400명 이상의 공무원이 문책당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 6월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무수익 개발사업을 추진한 쓰촨성, 장시성 등의 간부 명단을 공개하며 대대적인 '공개 망신' 징계를 내렸다.

2분기 4.3% 찍고 3분기 4.5%… "목표 흔들리면 다시 성장 조일 것"


지방정부의 보신주의와 맞물려 내수 침체와 부동산 장기 불황이 겹치면서 경제 성장세는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베이징이 제시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4.5~5.0%로 199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성장률은 2분기 4.3%로 주저앉으며 목표 하한선 이탈 위기감이 번졌으나, 3분기에 4.5%를 기록하며 간신히 1~3분기 누적 4.6%를 유지했다.

맥쿼리의 래리 후(Larry Hu)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정책 목표가 공존한다고 해서 성장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성장률이 목표 범위 내에 있을 때는 안보와 개혁을 중시하지만, 목표 달성이 위협받는 순간 중앙정부는 다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를 신속히 쏟아낸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당국은 기준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 이자 보조금 지급, 5,500억 위안(약 822억 달러) 규모의 지방정부 특수채 한도 조기 소진을 발표했으며, 1,000억 위안 규모의 내수 진작 조정 기금을 신설하는 등 '경기 방어'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외자·민간기업 환경 악화… "안보와 경제의 비례적 균형 절실"


중앙 지침과 지방 행정의 엇박자는 민간 및 다국적 기업의 경영 환경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AmCham China)는 연례 백서를 통해 "첨단 기술 자립과 국가 안보 통제를 최우선시하는 중앙의 지침은 외국 기업의 신뢰 회복과 민간 소비를 촉진하려는 지방정부의 대외 개방 노력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며 "안보와 경제 개방성 사이에 예측 가능한 균형이 확립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의 장기 투자가 보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칭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과도한 안전 점검 규제로 인해 일주일에 4~5차례나 행정 조사를 받는 등 기업 활동 위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안쿠라의 몬투파르-헬루 대표는 "지방정부는 중앙이 전략적으로 지정한 하이테크 구역에만 자원을 집중하고, 잠재적 리스크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는 외자·민간 프로젝트는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5중전회에서 명확한 정책 조율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지방 관료들의 눈치 보기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