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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갑질', 소비자는 '불법공유'…"웹툰 작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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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갑질', 소비자는 '불법공유'…"웹툰 작가 괴롭다"

콘진원 '2022년 웹툰작가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59.8% "불공정 계약 경험", 58.9% "불법 공유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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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스플래시
국내 웹툰 작가 다섯 명 중 세 명이 플랫폼이나 에이전시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을 경험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또 비슷한 수의 작가들이 불법 공유 사이트에 도용 피해를 당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올 7월 국내 웹툰 작가 8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59.8%가 불공정 계약을, 58.9%가 불법 공유 사이트에 자신의 창작물을 도용당하는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콘진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와 비교하면 불공정 계약 응답자 비율은 7%p 증가한 것이다. 불법 공유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비율은 15.7%p 감소했다.

특히 불공정 계약에 관련해 표준 계약서의 존재를 알고 있다 응답한 이는 606명(71.6%)였다. 그러나 이들 중 표준계약서 양식을 따른 계약서를 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이는 46.7%, 일부 조항만 활용됐다고 경험한 이는 41.4%로 표준을 온전히 따른 계약을 체결한 이는 11.9%에 불과했다.

또 웹툰 창작 활동에 있어 애로 사항을 복수 응답이 가능하게 조사한 결과 △작업·휴식 시간이 부족하다: 83.6%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82.7% △정신·육체적 건강이 악화된다고 응답한 이가 82.5%로 집계됐다.

웹툰 '나혼자만 레벨업' 표지. 사진=카카오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웹툰 '나혼자만 레벨업' 표지. 사진=카카오페이지

웹툰 업계에서 불공정 계약 등 '갑질'은 오랜 기간 문제가 됐다. 올 7월 웹소설 기반 웹툰 '나혼자만 레벨업' 작화를 맡았던 것으로 유명한 장성락 작가가 뇌출혈로 요절하자,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과도한 작업량을 부과하며 작가를 소모품 취급하는 현실을 더는 좌시해선 안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BBC 코리아는 지난 8월, 익명을 요구한 경력 7년차 이상 웹툰 작가 3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뷰이들은 "하루 12시간, 일주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월급은 200만원 수준으로 받는 것이 보통"이라며 "큰 돈을 버는 스타급 작가는 극히 일부일 뿐, 대다수 작가들은 '웹툰 공장'에서 혹사당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경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은 "쉼없이 작업해야만 겨우 맞출 수 있는 분량인 '일주일당 60컷'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현실"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작업량으로 작가들이 맘편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웹툰 업계 갑질의 대표 주자로는 흔히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대형 플랫폼들이 꼽힌다. 그러나 인터뷰이들은 플랫폼 뿐 아니라 이들과 작가 사이를 중개하며 외주 등을 전문적으로 맡는 에이전시 등도 '갑질'의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콘진원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소속 작가는 45.3%, 에이전시 소속 작가는 43%였고 나머지는 전문 스튜디오에 소속됐다. 소속 기업과 수익 배분 갈등을 경험했다는 응답을 살펴보면 플랫폼을 상대로 지목한 이는 54.5%, 에이전시를 지목한 응답자는 52.6%였다.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밤토끼' 사이트맵 캡처.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밤토끼' 사이트맵 캡처. 사진=연합뉴스

웹툰 작가들은 소속 기업의 갑질 문제와 더불어 불법 공유 등 소비자들의 행태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9년 웹툰 작가 약 50명이 불법 만화 복제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표적 사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를 적발하기 시작한 2017년 총 3건의 차단 결정을 내렸다. 이 수는 매년 58건, 109건을 거쳐 2020년 399건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콘진원이 조사한 같은해 글로벌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의 수는 3844개였다. 불법 사이트 10곳 중 1곳만이 차단 처분을 받은 셈이다.

올해 콘진원 설문에 참여한 경력 5년차 그림 작가 A씨는 "플랫폼 연재 첫달 400만원을 넘긴 수익이 다음달에는 150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는데, 원인은 불법 공유 사이트였다"며 "구글 검색이 안되도록 조치를 취해도 잠깐일 뿐, 불법 이용 수요에 맞춰 또 다른 사이트에 올라가곤 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고 증언했다.

콘진원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웹툰 작가의 노동에 비해 낮은 수입, 과도한 노동량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상생안을 마련하기 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라며 "불법 유통 문제 역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전반적인만큼 이에 대한 대응도 이어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웹툰 작가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응답자들의 의견을 인용, △보다 적절한 컷수 제한 관련 정책과 생태계 내 합의 마련 △주1회 방식에서 탈피해 격주연재 등을 도입하는 등 '휴재권' 보장 등에 관한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