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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KT 임원인사, 2017년 삼성전자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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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KT 임원인사, 2017년 삼성전자 닮았다

3월 주총 이후 인사 가능성 제기…"기업 신진대사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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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늦은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이는 2017년 5월에 임원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닮은 모습이다.

2020년 당시 KT는 구현모 대표의 선임을 준비하면서 1월 중순께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통상 기업들이 11~12월께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수준이다.
설 연휴 전까지 임원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KT의 임원인사는 2월 이후로 늦춰지는 게 유력해졌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가 직접 임원들을 대상으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연기하자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주총회 이후인 4월에 임원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KT의 2023년 임원인사가 4월에 이뤄진다면 이는 산업계 전체를 통틀어봐도 이례적으로 늦은 임원인사다.

KT는 우선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좋은 성과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 크게 변화를 줄 필요 없다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늦추는 일은 자칫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현모 대표의 연임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10.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체 지분만으로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자칫 국민연금의 의견에 동조하는 주주가 있을 수 있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구 대표가 연임하는데 차질은 없을 수 있지만, 자칫 구 대표 2기 체제의 리더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 생각이다.
또 만에 하나 국민연금의 반대 영향으로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할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19년에는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당시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KT의 경우에는 구 대표가 취임한 후 주가를 90% 이상 부양해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일부 주주들이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같은 사정으로 늦춰지는 KT의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2017년 삼성전자의 상황과 닮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2월에 구속되면서 경영 시계가 멈춰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이전부터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 차질을 빚었던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계획을 세우는데 큰 차질을 빚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임원인사를 같은 해 5월 중순이 돼서야 진행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장단을 제외한 부사장 이하 임원 54명을 승진하며 인사 폭을 최소화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말 실시하지 못한 인사를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조직의 신진대사가 저하될 것을 우려 이번에 인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라며 임원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KT의 임원인사가 늦어진 배경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신진대사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특히 KT는 구현모 대표가 민영화 20주년을 맞아 디지코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천명한 바 있다. 또 통신 사업에서도 국내외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이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통신사들이 2023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치고 올해 계획을 다 세운 것과 비교하면 KT의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늦어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며 "급변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