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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구조조정 때문에 승계 논할 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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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구조조정 때문에 승계 논할 짬 없어"

황태자 김남호, 뒷선에서 구조조정 이후 대비

[글로벌이코노믹=박종준 기자] 구조조정 중인 동부그룹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오너 일가인 김남호 부장의 보유주식 담보대출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영승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가 오너 일가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카드로 풀이되면서 자연스레 동부그룹의 경영승계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김준기동부그룹회장.
▲김준기동부그룹회장.

현재 동부그룹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김준기 회장이다. 김 회장은 최근 그룹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최수현 금감원장 등과 만나 구조조정 의지를 내비치는 등 대외 활동도 벌이고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놓이기는 했지만 동부그룹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해 왔다. 동부그룹의 후계 구도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일단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으로 단일화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그룹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경영승계는 아예 논의의 일이 되고 있다.

김 부장은 경영 전면에는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그룹 주요 회의 등에 참석하며 현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김 부장은 현재 동부그룹의 핵심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지분 13.29%, 지주회사 동부씨엔아이 지분 18.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친인 김준기 회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6.93%, 동부씨엔아이 12.37%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그는 동부제철 주식 7.39%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역시 4.04%를 보유한 김 회장보다 많다. 특히 김 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부씨엔아이가 11.2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씨엔아이는 동부건설 지분 22.0%를 보유한 데 이어 동부하이텍(12.4%), 동부제철(14.0%), 동부메탈(10.0%), 동부팜한농(36.8%) 등을 보유하고 있다.

김 부장이 지난 1994년부터 계열사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면서 그룹의 핵심인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곧, 지배력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다만 동부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이자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의 경우 다소 사정이 다르다. 동부건설은 김 회장이 지분율 22.47%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반면 김 부장은 3.80%를 보유한 상태다.
▲김남호동부제철부장
▲김남호동부제철부장


하지만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동부씨앤아이가 14.58%를 보유해 김 부장의 동부건설 지배력도 무시할 수 없다. 동부그룹의 지배구조가 동부씨앤아이-동부건설-동부하이텍-동부제철 등으로 얽혀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부그룹은 사실상 김 부장으로의 경영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보인다. 여기에는 김 부장의 나이(1975년생)나 경영 경험(2009년 입사) 등을 감안해 아버지인 김 회장이 그룹 대내외적인 핵심 사안 등 경영전반을 챙기고 있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 이슈는 그룹의 근간에 있어 중요변수인만큼 김 회장이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일환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도 김 부장의 경영승계를 지연시키는 이유다. 지난 4월 동부그룹은 최연희 전 의원을 영입해 전문경영인 3인 회장 체제이지만 사실상 4명의 회장 체제를 가동하게 됐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의 전체적인 ‘콘트롤 타워’ 역할은 오너인 김 회장이 하는 대신 건설, 농업 부문 등은 최 전 의원이 맡고 있다. 또한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영입된 오명 전 과기부 장관이 맡는 구조다. 여기에 지주사격인 동부씨앤아이 회장에는 윤대근 동부건설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에 김 부장은 임원 승진 등이 다소 늦어지면서 경영 전면에 설 기회가 좀처럼 보이고 있지 않는 형국이다.

따라서 동부그룹의 공식적인 경영승계는 이번 구조조정 결과에 달려있는 것 만큼 그결과에 따라서 본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남호 부장은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회장과 부인 김정희씨와 1남1녀 중 장남이다. 장녀인 주원씨는 현재 경영 등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