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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들은 아이 맡기지마!” 어린이집도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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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들은 아이 맡기지마!” 어린이집도 '차별’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직원들에 한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자료=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직원들에 한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자료=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키워갑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운영하는 사내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뜨는 문구다.

그런데 정작 현대차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아이를 맡길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가 이용 대상을 정규직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말하는 ‘우리 아이’에 비정규직 부모를 둔 자녀는 제외된 셈이다.
정부는 사내 보육시설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지원만 할 뿐 현대차처럼 차별규정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에 관리소홀이라는 비난이 일 전망이다.

■영유아법도 현장에선 무용지물


14일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또는 상시근로자(통상·기간제·단기간 근로자) 5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업장 근로자의 자녀라면 누구나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안정창 주무관은 “영유아보육법 28조는 사업장 근로자 자녀가 우선적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토록 명시했다”며 “사업장 근로자에는 비정규직 직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법은 무용지물이었다. 현대차는 울산, 충남 아산 등 주요 사업장에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최근 이 중 2곳을 무작위로 선택해 통화한 결과 “정규직 직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 전체 직원은 6만7829명으로 그 중 비정규직은 3102명이다. 통화 답변대로라면 약 5%에 해당하는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사내 어린이집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신현정 대의원은 “비정규직은 임금도 낮은데 복지마저 안 좋아 절망감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현대차의 이 같은 행위를 ‘차별’이라고 규정했다.

김정희 서울여성노동자회 팀장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구제돼야 할 차별 행위”라고 말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팀 간사 역시 “법적으로 보장된 이용 권리를 막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3억원 넘는데…정부는 나몰라라


특히 직장 어린이집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시설이다. 고용노동부는 설치비 최대 3억원, 인건비 1인당 월 120만원을 제공한다. 3억원이 넘는 막대한 혜택이 고스란히 정규직에만 돌아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1~4월 모든 사업장에 설문지를 발송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보육원 교사와 원생 수 등 현황을 조사한다.

오지영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주무관은 “해당 사업장에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는지를 중점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여성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에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김정희 팀장은 “막대한 보조금이 지원되므로 고용노동부가 직장어린이집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사내 지침을 보겠다”고 한 후 아무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