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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에 2兆 혈세…인수 무산 책임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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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에 2兆 혈세…인수 무산 책임론 ‘솔솔’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무산 기정사실화
12주 재실사 요구 수용 가능성 거의 ‘제로’
기간산업안전기금 2조 투입 후 재매각 예상
산은이냐, 현산이냐…‘노딜’ 책임 누구에게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9개월 넘게 시간을 끌어온 인수전은 오는 11일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딜(거래 무산)’에 대한 책임론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8일 금융권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를 열어 이른바 ‘플랜B’로 불렸던 아시아나항공 지원 방안을 결정한다. 정부는 이어 기간산업안정기금 기금운용심의회가 개최돼 2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여부 등을 논의한다.
플랜B는 우선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아래에 두고 경영을 정상화한 뒤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인수 무산이 확정되면 아시아나항공 매도자 금호산업은 현산에 인수합병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을 2조 5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체결했다. 그 뒤 현산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에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마무리하고 인수 자금도 확보했다. 그러나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회계를 더 들여다봐야겠다며 12주간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현산 회장이 지난달 26일 비공개로 회동한 후 답보 상태에 빠진 인수합병의 물꼬를 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재실사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해 인수합병 건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현산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아시아나항공에 있다는 의구심을 품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회동 다음 날(27일) 박삼구 전(前)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과징금 총 320억 원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산업은행은 현산 측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생각이 없으면서 시간을 끌었다는 입장이다. 현산은 인수 절차에 충실했다고 항변해 왔다. 결국은 아시아나항공에 2조 원에 달하는 혈세가 들어가게 생겼다. 이와 별개로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금호산업과 현산 측은 법정 다툼까지 예고하는 분위기다.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 대금 10%에 해당하는 2500억 원(현산 2010억 원, 미래에셋 490억 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다. 이 돈을 돌려받으려는 현산과 반환이 불가하다는 금호산업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