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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운임을 보면 전 세계 경제 현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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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운임을 보면 전 세계 경제 현황이 보인다

소비 증가가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야기
기간산업 회복에 따른 벌크선 운임 상승 발생
LNG운반선 운임, 계절적 요인이 커
VLCC 운임, 코로나19 이후 여전히 내리막길

작년부터 올해까지의 해운 운임 지표. 사진=메리츠증권이미지 확대보기
작년부터 올해까지의 해운 운임 지표. 사진=메리츠증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 하고 각 산업들의 회복속도가 크게 갈리는 가운데 각종 해운 운임 지표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의 쌀로 언급되는 품목으로는 반도체, 철강 등이 있다. 이 같은 품목은 다양한 산업군의 기초 원재료가 되고 중간재가 되며 업황을 대변한다. 다만 해운업계는 전 세계 대부분의 원재료, 중간재, 완성품 등의 물류를 담당하기 때문에 해운 운임 지표에는 경제의 흐름이 담겨있다.

‘소비 회복·항만 적체’가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촉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물동량 증가에 따른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조선·해운 업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일일 평균 컨테이너선 운임은 2만 달러 이하에서 형성됐으나, 올해 초부터 2만 달러를 초과해 연말에는 7만 달러 이상에서 운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운임급등은 소비 대국 미국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적기에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한국, 중국, 유럽 등의 컨테이너항만은 코로나19 유행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항만 설비에 힘입어 상당량의 컨테이너박스 하역 물량을 처리해왔다. 이와는 다르게 미국 항만은 ‘항만 근로자들의 짧은 근무시간’, ‘노후화된 하역 설비’ 등이 겹쳐 하역 물량 처리에 느린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 같은 사태가 심화되자 지난 10월에는 선박 하역 대기기간이 2~3달에 이르러 극심한 혼란이 펼쳐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같은 달 13일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서부 항만을 24시간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엄청난 소비를 동반한 물동량 폭증 때문에 하역 정상화와 운임 정상화는 찾아오지 않고 있다.

기간산업 회복이 벌크선 운임 상승 야기

컨테이너선 운임과 마찬가지로 벌크선 운임도 올해 초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대양을 횡단하는 8만t 급 케이프사이즈(Capesize) 벌크선의 일일 평균 운임은 올해 초 5000달러에서 올해 말 5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벌크선은 철광석, 목재, 밀 등 각종 건화물 자재를 운반한다. 작년 벌크선 운임은 등락을 반복해 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다. 이는 철강사 등 기간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꾸준히 벌크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 대표 철강사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역대 급 실적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LNG운반선 운임, 코로나19와 관련성 적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운임 같은 경우는 작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통상 LNG는 발전용 연료로 사용된다. 원유, 철광석 등은 다양한 제품으로 변화하지만 LNG는 그렇지 않기에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작년 하반기 LNG운반선 공급 부족, 미 허리케인 여파에 따른 공급 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운임이 폭증하기는 했으나 이는 빠르게 진정됐으며 현재는 지난해와 유사한 운임을 기록하고 있다.

원유 수요 부족에 따라 VLCC 운임 꾸준히 폭락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운임은 각종 운임 지표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히 하락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2020년 2월께 VLCC 일일 평균 운임은 25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2만5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게다가 1~11월 글로벌 선사들의 VLCC 발주 물량은 2020년 155만CGT(36척)에서 올해 142만CGT(33척)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유의미한 운임이 발생치 않아 선사들은 신조선 발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지난 8월부터 원유 증산계획 철회를 검토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출몰하자 원유 증산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의견도 일부 표출됐다. 다만 OPEC 플러스는 이달 중순 증산방침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해 필요한 경우 생산량 조절을 위한 회의가 재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원유 소비가 늘어나면 유가가 상승하고, 이는 원유 물동량을 증가시켜 결국 VLCC 운임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대대적인 건설, 플랜트 등의 산업은 회복되고 있지 않다. 이 같은 현황이 총체적으로 반영돼 VLCC 운임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