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그룹 총수, 경영진과 더불어 인하우스 싱크탱크와의 정책 공조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계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도 "(인하우스 싱크탱크의) 역량이 높다는 점을 듣고 정치권에서 많은 문의의 온다"면서 "원칙적으로는 내부 업무에 국한하지만 국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열심히 (의견서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인하우스 싱크탱크는 기획조정실을 뿌리로 하는 그룹 경영 컨트롤타워의 보조 조직이다. 과거엔 거시와 미시경제, 산업 트렌드 등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제공하는 연구소 기능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은 총수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추진할 전략을 자체적으로 수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그룹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연구소 시절에 비하면 위상이 격상된 것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두산 등이 운용하고 있는데, 총수가 직접 인재를 영입하고 조직을 만들어 그룹의 주요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인하우스 싱크탱크의 도래는 경영진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정치‧경제‧정책의 불확실성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지구적 사건에 대처하는 역량을 가져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MZ세대의 등장, 노인화 사회 가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이슈와 트렌드가 수두룩하다. 세대교체를 통해 오너 3~4세가 전면에 나서면서 부족한 경험을 메우기 위해 숫자에 기반한 객관적 자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것도 인하우스 씽크탱크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들이 다루는 분야는 정부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최근 들어 정책 수립과 법안 마련과 관련해 인하우스 싱크탱크와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이 총수를 불러 이야기를 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인하우스 싱크탱크는 총수가 관리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이 총수의 그것과 맞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더욱 더 전문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하우스 싱크탱크와 먼저 공조를 추진한 것은 문재인 정부다. 문 대통령은 대선주자 시절이던 2016년 10월 대기업 싱크탱크 수장 4명과 간담회를 갖고 자신이 구상한 ‘국민성장론’을 구현하는 데 있어 기업의 협조를 요청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았으나 이 모임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이어진 문 정부와 집권당의 반기업 정서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인하우스 싱크탱크는 삼성과 LG가 가장 먼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사명 변경 등을 통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삼성글로벌리서치로, LG경제연구원은 LG경영연구원으로 거듭났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서인 김재열 사장을 비롯해 다수의 사장급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연구소 조직이지만 ‘뉴 삼성’을 위한 미래사업 발굴, 글로벌 인재 영입, 진행 중인 사업의 혁신과 융합은 물론 아킬레스 건인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여하고 있다.
LG경영연구원도 취임 한 뒤 경영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구광모 LG 회장의 행보에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SK경영경제연구소, HMG경영연구원, 롯데미래전략연구소, 포스코경영연구원 두산경영연구원 등도 총수가 직접 챙기며 조직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인하우스 싱크탱크의 가장 핵심 역할로 “조직에 불을 지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떤 회사건 조직원들이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고 성공할 경우 관료화하고 보수적인 문화가 정착된다. 현재에 안주하는 자세에서는 미래를 그리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따라서 인하우스 씽크탱크는 그룹에 속해있지만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기존 조직원들이 보지 못하는 폐단을 발견하고, 개선한다. 나아가 해당 그룹이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향점을 제시하고 조직간, 계열사간 벽을 허물어 큰 그림을 만든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지난 시간 동안했던 데로 하면 안된다. 완전히 코드를 바꿔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일을 시작하는 게 인하우스 싱크탱크의 역할이다. 조직원들의 저항이 큰 건 당연하기 때문에 내부 인사 보다는 외부에서 온 ‘이상한 놈’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국내 대기업들은 유행처럼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인 맥킨지, AT커니 등 외부 컨설팅사에 수백억원을 지불해 혁신 방안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파견 온 컨설턴트에게 기업의 극비사항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는 수박 겉핡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컨설턴트들을 영입해 경영에 활용하고자 했지만 제조업 조직에 적응을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기업들은 인하우스 씽크탱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각 그룹들은 인하우스 싱크탱크가 기업 감사기능까지 맡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독립된 위치에 있는 관계로 계열사간 충돌하는 부분이나 엮여 있는 부분 등을 해결해주면, 그런 과정에서 “왜 여태까지 못했어?”, “왜 못한거야?”라는 의문이 나올 것이며,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사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하우스 싱크탱크는 각 계열사들로부터 사업 관련 내용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계열사간 사업영역 구분이나 협업 문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답답해 하는 총수들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명석‧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