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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지원 요청에 LNG선 척당 3000만달러 올려 발주한 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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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지원 요청에 LNG선 척당 3000만달러 올려 발주한 카타르

7일 한국조선해양 2척‧대우조선해양 4척 수주
척당 2,1억달러로, 2년전 1.8억달러보다 상승
5월 대구세계가스총회 개막식서 윤 대통령 당부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세계가스총회에 참석해 제1전시장에 마련한 카타르 에너지 부스를 찾아가 LNG운반선 ‘알 바히야(AL BAHIYA)’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이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09년 인도한 21만㎥급 초대형 LNG운반선 가운데 하나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2003년 카타르 국영해운사 OGTC와 오일메이저인 엑손모빌이 공동으로 추진한 ‘카타르 프로젝트’를 통해 발주한 총 53척의 LNG운반선 전량을 수주했다. 당시 성공적인 사업 수행으로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한국 조선 빅3에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 건조를 발주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세계가스총회에 참석해 제1전시장에 마련한 카타르 에너지 부스를 찾아가 LNG운반선 ‘알 바히야(AL BAHIYA)’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이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09년 인도한 21만㎥급 초대형 LNG운반선 가운데 하나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2003년 카타르 국영해운사 OGTC와 오일메이저인 엑손모빌이 공동으로 추진한 ‘카타르 프로젝트’를 통해 발주한 총 53척의 LNG운반선 전량을 수주했다. 당시 성공적인 사업 수행으로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한국 조선 빅3에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 건조를 발주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사진=뉴시스
선가 차이를 두고 갈등을 빚던 카타르에너지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한국 조선사 발주가 협약 체결 2년 만에 시작됐다.

이번 계약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으나 사실상 한국과 카타르 국가간 계약이라는 게 정확하다. 카타르에너지가 국영기업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라는 점과 한국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하고, 국책은행 등이 금융지원을 한 것 등이 그렇다.
이에 조선업계는 답보상태였던 양측간 협상의 물꼬를 트고 본 계약으로 결실을 맺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측면 지원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 측은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에 부응해 한척당 선가를 3000만달러(약377억원) 높여 발주했다.

양측이 한발씩 양보…2억1000억달러 대에서 합의


카타르 측이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에 배정한 LNG운반선 건조 예상 물량은 100척 이상 2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올해 3월경 첫 물량이 발주될 예정이었으나 2020년 6월 카타르에너지 측이 국내 조선 빅3와 체결한 협약서에 언급된 선가를 그대로 반영해 달라는 고집을 굳히지 않고, 조선업계는 협약 이후 급등한 선가를 맞춰줘야 한다고 받아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구체적인 가격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2020년 당시 협약 당시 17만4000㎥급 LNG 운반선의 평균 선가(클락슨리서치 통계 기준)은 1억8600만달러였다가, 첫 발주 계약이 예정됐던 2022년 3월말에는 2억20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조선 빅3가 카타르 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척당 3400만달러(약 420억원)을 감수해야 하고, 카타르로부터 수주할 수 있는 최대 척수 140척을 감안하면 5조6000억원 이상의 손실 부담이 예측됐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글로벌이코노믹 2022년 4월 20일자 ‘‘조선업 최대 성과’ 카타르 LNG선 수주 ‘붕괴’ 역풍 우려 참고> 된 후 한국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카타르에너지는 협상을 잠정 보류했다.

평행선을 이어가던 양측은 5월 들어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고, 마침내 지난 7일 첫 계약이 성사됐다. 이날 대우조선해양은 카타르에너지와 1조734억원에 17만4000㎥급 LNG 운반선 4척을, 한국조선해양도 5347억원에 동급 선박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척당 건조비를 달러로 환산하면 대우조선해양(계약환율 1달러당 1251.20원 적용)은 약 2억1447만달러, 한국조선해양(1달러당 1,199.40원 적용)은 약 2억2290만달러다. 올해 선가 추이에 비해서는 낮지만, 2020년 평균 선가에 비해 3000만달러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수준에서 첫 수주를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와 관계 희망한 카타르, 대구 세계가스총회서 윤 대통령과 조우

기존 계약 내용을 고수하던 카타르에너지 측이 자세를 바꾼 배경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은 중국 조선사와 첫 계약을 마무리 되자 국내에서도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높았는데 당시 한국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였다. 앞서 언급한 데로 카타르에너지와 국내 조선 빅3의 계약은 한국과 카타르 정부간 계약의 성격이 짙다. 문재인 정권 하였던 2020년 LNG 운반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를 체결한 뒤 세부 협상을 진행해 온 양측은 첫 계약도 정부간 성과라는 상징성을 내세우고자 했는데, 카타르에너지는 이러한 점을 더욱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는 카타르 뿐만 아니라 중동권 국가들의 보편적인 자세이기도 하다.

선가 갈등을 놓고 대치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조선사들은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는 2000년 계약식 때 장관 격 행사로 치르고 싶다는 카타르 측의 요청에 따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했으며, 청와대도 조선산업 부흥에 기여한 큰 성과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외교가 읽궈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권 말기의 문재인 정부는 산자부를 비롯한 담당 공무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일관하며, 조선사들의 요청에도 이번 계약에 특별히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3월 17~21일의 일정으로 터키와 카타르 방문 일정을 잡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에게 조선업계는 계약 체결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카타르에서 김 총리는 일상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당부 정도만 전달했다며 아쉬워했다.

국내에서 선가와 관련해 무리수를 두는 카타르를 비판하는 여론이 제기되자 카카르에너지는 협상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제서야 산자부가 문승욱 당시 장관 명의로 카타르 정부에 공문을 보내는 등 외교적인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는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화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내 업계는 구체적인 정황은 없으나 카타르 정부가 정권 교체기라는 한국내 정치적 분위기에 맞춰 문재인 정부 대신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새정부가 출범한 뒤 카타르에너지 측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대구광역시에서 열린 ‘2022 세계 가스총회(WGC 2022)’가 전환점이 되었다. 이번 총회에는 카타르에너지가 참가해 부스를 마련했고, 주요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첫 발주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뜻의 참가였다. 첫날 개막식에 축사를 위해 행사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를 한 뒤 카타르에너지 부스를 직접 찾아가 관계자들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LNG운반선 계약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6월 7일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의 수주 계약 체결로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09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카타르에 인도한 21만㎥급 초대형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9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카타르에 인도한 21만㎥급 초대형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조선 빅3, 일단 손실은 면했지만 추가 협상 때에는 “글세”


첫 계약에서 LNG운반선 건조비 수준을 어느 정도 현실화했으나, 향후 추가 계약 때에도 또 다시 선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말 기준 17만4000㎥급 LNG운반선의 평균 선가는 2억2700만달러로, 전월 2억2400만달러보다 300만달러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클락슨리서치가 동급 선박의 평균 선가를 처음 공개한 2014년 10월(2억500만달러) 이후 역대 최고값이다. 카타르에너지 이외에도 다수의 선박들이 LNG운반선 발주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에도 선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선박을 짓는데 사용하는 철강재 등 조선 기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어 선가가 올라도 조선사는 적자를 볼 수도 있다.

빅3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조할 선박은 국내 업계가 자체 개발한 시리즈 선박으로 기본설계는 동일하기 때문에 연속으로 다수의 선박을 수주하면 건조원가 등을 떨어뜨릴 수 있고, 기자재도 대량을 한꺼번에 주문하기 때문에 납품가를 낮출 수 있어 이번 계약 선가로 손실은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협상 때 그만큼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데, 카타르에너지 측이 거부할 경우에는 손실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면서, “또, 카타르에너지 측이 당초 약속한 100척 이상의 물량을 실제로 발주할 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