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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장비 中수출 금지…삼전‧SK하이닉스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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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장비 中수출 금지…삼전‧SK하이닉스 피해 우려

14나노 이하 공정용 이어 낸드플래시 생산용 장비까지 확대
‘전략물자’로 간주하고 수출봉쇄 시도…美기업 의도 작용한 듯

SK 하이닉스 매모리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SK 하이닉스 매모리칩. 사진=로이터
미국이 반도체 생산 장비 전 품목을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중국향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중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정부의 조치를 어기면 반도체 장비를 직접 또는 우회 판매하는 기업은 물론 반입을 시도한 반도체 업체도 강력한 제재를 받는데, 그동안 중국 기업에 한정한 제재 대상이 확대되면서 현지 진출한 외국계 기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미 정부의 앞선 조치로 이미 중국 공장에 장비 반입을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추가 조치가 거론되는 것은 중국에서 빠져나오라는 미 정부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이용해 한국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미국 반도체 기업의 숨은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이 줄어들거나 중단되면 생산량 감축분을 미국 기업이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인데, 점유율을 올리지 못해도 반도체 가격을 상승시켜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깊은 고민을 숨기지는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가 중국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제조사 YMTC를 포함해 중국에서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상무부가 자국 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14nm(1nm는 10억분의 1m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 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나온 추가 제재 방안이다. 이번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겨냥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미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번 조치에 따라 128단 이상의 낸드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장비의 중국 수출이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해당 장비의 주된 공급자다. 다만 소식통들은 미 행정부의 검토가 초기 단계이며 아직 규제에 관한 초안이 작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의 조치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미 국방북가 반도체 제품의 최종 사용자가 중국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제조한 기업을 리스트에 올리면, 상무부가 검토 과정을 거쳐 해당 기업에 대한 수출통제에 나서는 방법이다. YMTC는 이미 국방부가 작성한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시점이 결정되면 곧바로 관련 제재에 나설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상무부 주도로 중국 반도체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장비 수출금지 등 일반적 수출통제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의 특정 기업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나 기술을 대상으로 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
미 정부 조치는 반도체 장비를 자국의 국가안보 등을 위해 수출입과 공급, 소비 등을 통제하기 위해 특별히 정한 품목 및 기술인 ‘전략물자’로 보고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제재의 대상이 중국 외 국가 기업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서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삼성전자가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메모리와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은 회사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2%, 전 세계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 플래시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완료했는데 공장이 중국에 있다. 낸드플래시 장비 도입 금지 조치에 따른 타격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생산 차질이 가시화한다면 미국의 경쟁사들이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이번 조처가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미국의 메모리칩 생산 업자를 보호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업계는 이들 기업이 중국과의 충돌을 자사에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해 미 정부를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양국 모두 한국을 ‘파트너’라며 손을 잡으라고 요청하지만 진짜 속내는 자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면서, “극단적인 선택은 안 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이 실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