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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구성품 대부분 ‘중국산’…원산지 이슈로 美 수출 제동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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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구성품 대부분 ‘중국산’…원산지 이슈로 美 수출 제동 우려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 14개 품목 가운데 10개가 중국 수입 1위
미국 IRA 시행 후 중국산 비중 높으면 ‘역내산’ 못 받을 수도
원재료 타국 전환과 함께 중국에 맞춘 제조흐름도 바꿔야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독자 운영 중인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독자 운영 중인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라 불리는 한국의 이차전지 제품의 구성품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산으로 채우기 어렵거나 수입을 해야만 하는 물량 때문이다. 또한 중국 현지에서 구성품을 제작한 뒤 한국으로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분업 구조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내년부터 시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국산’ 또는 ‘미국산’으로 원산지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미국이 제시한 원산지 조건은 중국산을 쓰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원산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제조 단계를 새로 짜고, 구성품 조달선도 달리해야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4일 글로벌이코노믹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재(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 △음극재(충전시, 양극으로부터 이동한 이온화한 리튬이온과 전기를 저장) △전해액(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수 있게 하는 매개체) △분리막(전자를 빼고 리튬이온만 통과시켜주는 필터 역할과 양극과 음극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기타(캔과 케이스, 테이프) 등 5개 요소 품목을 대상으로, 각 요소 품목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14개 세부 품목에 대한 국가별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산이 1위를 기록한 품목 수는 10개였다.

올해 1~7월 기준으로 양극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양극활물질(리튬 코발트 산화물)은 수입액의 99.9%가 중국산이었으며, 바인더는 46.3%, 기재(폴리 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PVDF)는 55.0%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도전재(카본블랙)는 미국산 비중(67.3%)이 절대적이라 중국산은 0.3%에 그쳤다.

음극재는 음극활물질(천연흑연)의 84.9%가 중국산이지만, 기재(구리 박)는 13.8%로 비중이 작았다.

전해액은 염(리튬 염)은 34.0%로 미국(38.1%)에 근소한 차이로 2위였으며, 용매(35.1%), 첨가제(46.1%)는 중국산이 가장 많이 수입됐다. 분리막(PE‧PP)도 중국산 수입 비중이 46.1%였다.

핵심 소재는 아니지만, 배터리 부품을 부착하거나 외형 케이스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구성품에도 중국산이 많이 쓰이고 있다. 캔(알루미늄 파우치)과 케이스는 각각 85.9%와 70.4%라는 절대 비중을 차지했으며, 테이프는 25.0%로 일본산(45.2%)에 비해 낮았지만, 비중은 작지 않다.

미 정부는 IRA 시행에 따라 내년부터 배터리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러려면 자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에서 배터리 원재료의 최소 40%를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즉 배터리의 원산지가 ‘미국산’ 또는 ‘역내산’이라는 것을 세관으로부터 인정하는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원재료 비율은 매년 10%씩 늘어나 2022년부터는 원재료의 80%를 충족해야 한다. 배터리 부품 역시 북미에서 생산·조립하는 최소비율이 2023년 50%에서 2029년에는 100%가 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해 한국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미국에서 요구하는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면 ’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서 미국은 배터리 제품의 원산지 기준으로 여러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인 세번변경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세번변경기준 가운데에서도 미국의 기준은 전체 9~10자리로 분류하는 HS코드 중 모든 국가가 HS코드만으로 품목을 파악할 수 있고, 자유로운 수출입 통관 업무를 위해 공통으로 사용하는 6자리 HS코드가 완제품과 완제품에 적용하는 구성품 모두와 달라야 하는 ’세번변경기준(CSTH)’을 취했다.

지금까지는 중국산 구성품 비중이 높더라도 HS코드가 다르면 되기 때문에 원산지 증명서를 미국 바이어에게 발급하면 됐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산 원재료나 구성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고집을 부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에서 생산되어 수입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데, 그렇지 않는다면 공급 업체를 다른 국가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중국산 세부 품목을 적용해 만든 구성품을 미국으로 수출해 현지 공장에서 조립하면, 배터리 원재료 비중을 40% 이상 미국과 FTA 회원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채워야 한다는 기준을 못 맞출 수도 있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가격 경쟁에서 뒤지는 업체는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고우리 서원 코리아 관세법인 관세사가 작성한 ’리튬이온전지의 품목분류 및 원산지 결정 기준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원가에서 각 요소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양극재가 36%로 가장 높았고, 음극재 13%, 전해액 14%, 분리막 9%, 기타가 28%이다. 양극재와 음극재의 세부 품목은 중국 의존도가 높으므로 이들을 어느 국가에서 조달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소재뿐만 아니라 구성품 또는 부분품의 원산지 문제도 심각한 상황인 게 맞다”라면서, “미국의 과도한 중국산 배제 정책이 완화되길 희망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