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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품은 김동관, ‘뉴 한화’ 큰그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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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품은 김동관, ‘뉴 한화’ 큰그림 그린다

16일 산업은행과 인수 본계약 체결
이후 절차 통해 내년 상반기 마무리
특수선보다는 고부가선박도 관심 높아
태양광‧우주항공과의 시너지 방안 고민

김동관 한화술루선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김동관 한화술루선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전체 일정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이번 인수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내년부터 자신이 주도하는 ‘뉴 한화’의 큰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그룹과 KDB산업은행은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매각을 위한 본 계약(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후에는 기업결합, 방산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이뤄지며 이 작업이 마무리 되면 한화그룹은 신규 자금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 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은 한화 측이 대우조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인수 과정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52년 현암(玄岩) 김종희 회장이 세운 한국화약을 모태로 한 한화는 올해로 창업 70주년을 맞았다. 방산과 석유화학, 금융,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올해 상반기 기준 93개 계열사, 664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재계 7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세를 키워온 한화그룹에게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대 들어 가장 큰 M&A 대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도전해 성공했다. 앞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첫 기회를 얻었지만 곧이어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포기한 바 있다.

당시 김승연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방산 가운데에서도 잠수함과 군함 건조사업을 키우는 한편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민간 선박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조선사업에서 새로운 성과를 내고자하는 의도가 강했다. 해운업 진출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당시만 해도 조선업황과 해운시황이 최고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화 뿐만 아니라 포스코와 GS 등 다른 대기업들도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로 해운‧조선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한화는 과거의 상황을 떠올리며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LNG선박이 주도하는 해운‧조선 시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며, 다른 선종의 발주 상황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노후 선박 상당수가 폐선 처리됐고,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국제기구의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부추기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얼어붙었던 해운사 또는 에너지 업체들의 선박 발주가 붐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한화가 밀고 있는 방산 사업도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제품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한확가 자신감을 갖고 방산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방산은 제품 수출에 이은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A/S)에서 훨씬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태국 해군의 3650t급의 HTMS Bhumibol Adulyadej(푸미폰 아둔야뎃) 호위함은 지난 2019년 1월에 취역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이미지 확대보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태국 해군의 3650t급의 HTMS Bhumibol Adulyadej(푸미폰 아둔야뎃) 호위함은 지난 2019년 1월에 취역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방산 사업부문 인수는 이 부문에서 한화의 브랜드 파워를 높여주는 든든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선박은 선주와의 장기간 거래관계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발주가 이뤄지는 데, 대우조선해양은 미주와 유럽, 중동 등지에 확실한 선주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 건조한 군함의 성공적인 수출을 통해 각국 정부와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함으로써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발산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이 된다. 최근 들어 방산 수출도 개별 제품보다는 패키지 개념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는데 이럴 경우 한화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지향하는 한화 방산사업의 목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에서의 한화의 위상도 더욱 커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순위를 보면, 2022년 기준 한화의 자산총액은 80조3880억원으로 포스코(96조3490억원)에 이어 7위에 올라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1조4150억원으로 38윋다. 두 회사를 합치면 91조8030억원에 달한다. 인수 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투자를 약속한 만큼 내후년이면 한화의 자산 규모가 포스코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인수를 주도한 김동관 부회장이 향후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경영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위에서 언급한 데로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성장 가능성은 크다. 영업이익 적자의 보릿고개를 넘기고 내년부터 흑자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LNG운반선 수주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해저 유전개발 등에 따른 유조선과 해양플렌트의 신규 수주도 기대된다. 김동관 부회장이 걱정해야 할 것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그의 구상은 기존 한화의 사업군과 조선업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과 방산, 조선과 우주항공사업은 각자 따로인 듯 하지만 하나의 솔루션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여진 김동관 부회장은 차려진 밥상에 만족하기 보다는 그 밥상에 어떤 요리를 담을까를 연구하는 성격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자신이 키운 태양광, 창업회장때붜 이어지고 있는 방산에 더해 우주항공과 조선사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