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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철강사 바오우도 국제화 출사표…포스코 대응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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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철강사 바오우도 국제화 출사표…포스코 대응 전략은?

年 조강 생산량 1.6억t 초대형 중국 철강 공룡 해외 진출 확대 예고
원조 공룡 아르셀로미탈의 M&A 통한 확장 정책 따라 추진할 듯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생산력 보유한 포스코는 가장 큰 인수 후보
포스코 경쟁력 강화‧해외시장 진출 확대‧경영권 방어책 마련해야

2022년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직원이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직원이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압도적 규모로 철강업계 절대 강자로 군림한 중국 바오우그룹이 ‘국제화’를 선언하며 글로벌 철강 대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0년대 후반부터 해외 투자와 판매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포스코는 원조 거인인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일본제철과의 경쟁에 이어 바오우그룹과도 일전을 치러야 한다.

4개 기업은 ‘자국 생산‧자국 소비’가 주를 이뤘던 철강 산업의 판도를 뒤바꾼 업체들이다. 또한 바오우그룹의 세계 시장 참전은 2000년대 초반에 파란을 일으켰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짓 불리기 싸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면 타겟이 되는 기업은 당연히 포스코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생산 규모 확대 못지않게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응책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바오우그룹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천더룽 바오우그룹 총경리가 지난 6일 회사가 개최한 ‘2023 공작 회의’에서 “(바오우그룹은) 국제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바오우그룹은 지난 1978년 당시 중국 최고 실력자인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와 같은 철강사를 만들기 위해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의 기술 지원을 받아 설립한 바오강철이 전신이다. 덩샤오핑이 신일봍제철을 방문해 이나야마 요시히로 당시 회장에게 이런 뜻을 전했다가 이니야마 회장으로부터 “중국에는 박태준(포스코 설립자)이 없다”며 단칼에 거절당했다는 일화가 나온 게 이때다.

그해 12월 설립한 바오강철의 절대 목표는 ‘포스코를 따라잡는 것’이었고 중앙정부 등의 지원 아래 중국 내에서는 최고 철강사로 발돋움했다. 2008년에는 중국 개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조강 생산량이 포스코를 앞서 생산량 면에서는 포스코를 앞질렀다. 이어 2010년대 중반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철강 산업 구조 개편 정책에 따라 인위적 중견‧M&A의 최대 수혜기업이 됐다. 2005년 조강 생산량 5위였던 바오강철은 6위인 우한강철과 합병하며 2위로 뛰어올랐고, 사명도 지금의 바오우그룹이 됐다. 이후 여러 철강사를 흡수합병하며 덩지를 키운 뒤 2021년에는 아르셀로미탈을 제치고 생산량 1억1995만t으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위강철까지 인수해 연간 생산능력이 1억6000만t으로 확대됐다.

연간 조강 생산량 1억6000만t은 국가별 기준으로 봐도 중국에 이어 2위에 상응하는 규모다. 지난해 중국은 10억130만t, 2위는 인도(1억2470만t)였다.

이런 바오우그룹이 국제화를 외친 것은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개발‧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풍부한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은 했으나 해외국가 진출, 프리미엄 철강재 생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강력한 폐쇄정책을 펴자, 내수 경기가 급락했고, 포스코와 일본제철 등이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반면, 바오우그룹은 타격을 입었다.

이에 천 총경리는 “회사가 국제화를 하지 못한 것이 미래 발전에 병목이자 걸림돌이 됐다”며, “바오우그룹이 생존하려면 향후 3년 이내에 해외의 철강 기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원조 1억t’ 아르셀로미탈, 영향력은 여전


바오우그룹이 변신을 위해 정한 벤치마킹 대상은 아르셀로미탈일 것으로 예상된다.

락시미 미탈이라는 거인이 주도한 아르셀로미탈은 민간기업이지만 경영부실로 만성 적자 상태였던 개발도상국 국영 철강사를 헐값에 인수해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한 뒤 회사 가치를 키워 큰 수익을 냈고, 이러한 수익을 또 다른 철강사를 인수하는 데 투자하며 외형을 키웠다. 즉, 생산에 비중을 뒀던 철강 산업에 적대적 M&A와 투자자본 유치 등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철강사를 사고파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전략의 절정은 락시미 미탈의 미탈이 2006년 당시 세계 최대 철강사였던 아르셀로에 대한 적대적 M&A를 성공시켰을 때다. 이를 통해 아르셀로미탈은 연간 조강생산량 1억t을 돌파한 최초의 철강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아르셀로미탈은 양을 확대하는 규모의 사업에서 질을 끌어올리는 내실의 사업으로 전략을 바꿨고, 잠재적 목표 대상이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였다. 아르셀로미탈의 공세를 막기 위해 신일본제철과 포스코는 서로 주식을 맞교환하며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하는 한편,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역공세를 펼쳤다. 철강업계의 국제화 경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영기업으로 중앙정부의 정책에 맞춰 성장한 바오우그룹도 시간이 걸리는 자체 기술력 향상에 머무르지는 않으려고 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처럼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현지 업체와의 제휴 또는 M&A도 시도하는 중이다.

실제로 바오우그룹은 지난 2021년 9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사우디 현지에서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준은 미비하지만, 지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도 1억t 확대 중…포스코 ‘6000만t+α’ 목표 늘려야


포스코의 연간 조강생산 규모는 대략 국내 3800만t에 해외 생산분을 더하면 4300만t 수준이다. 이를 2030년까지 ‘6000만t+α(알파)’로 늘리면서 생산 증가는 해외 투자를 통해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포스코가 생산 확대분을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는 바오우그룹이나 아르셀로미탈과의 양적 경쟁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을 키워 내실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원가 경쟁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두 자릿수래 영업이익률을 지속하기 위해 내놓은 덕이 6000만t+α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루 경기 회복과 중장기 관점에서의 철강 산업 판도 변화를 놓고 봤을 때 바오우그룹과 아르셀로미탈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덩지는 키워야 한다.

포스코와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제철도 줄어든 자국 수요 감소에 맞춰 일본 내 생산설비를 축소하는 대신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연간 조강 생산량 목표치를 1억t으로 늘리는 등 견제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M&A가 불러일으킨 철강업계 판도가 20년 동안 지속돼왔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이제 또다시 지각변동이 일어날 시기가 됐다“라면서, ”특히, 과거나 현재도 기술이 밀리고 있는 철강 공룡들이 이 고민을 한 번에 해소하고 위해 포스코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포스코도 공세에 맞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