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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물적분할’...소액 투자자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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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물적분할’...소액 투자자 멍든다

SK·LG·카카오 그룹에 이어 DB그룹도 ‘물적분할’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물적 분할로 기업 가치가 희석된 모(母)기업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지난달 12일 공시를 통해 "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사 소식이 전해지자 DB하이텍 주가가 하루동안 15.7% 급락했다. 이후 주가는 일부 회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시 직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주가 급락 배경에는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전담부서인 '브랜드 사업부'를 연내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다는 내용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과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것을 비롯해 기존 상장사들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며 주가가 하락했던 경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DB하이텍의 주요 사업은 공장이 없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를 위해 제품을 생산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브랜드 사업으로 나뉜다. 주요 사업은 파운드리 사업인데 파운드리에 가려져 있는 브랜드사업을 분사해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물적 분할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20~2021년 SK와 LG그룹이 SK이노베이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 내 자회사를 만들면서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물적분할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사진=김주현 금융위원장이미지 확대보기
물적분할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사진=김주현 금융위원장

물적분할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초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물적분할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통해 모(母)회사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로 했다.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3분기 내로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하는 등 물적분할 전후 과정을 까다롭게 해 일반 투자자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 물적분할로 인해 소액주주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주들이 주가 급락으로 일제히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기업들이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돼 물적분할 전후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물적분할 관련 의안이 이사회에서 결의됐을 때 그 결의에 반대했던 주주에게 자신의 소유주식을 회사로 하여금 매수하게 할 수 있는 권리다.

아울러 금융위는 물적분할 자(子)회사 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신주 우선배정'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신주 우선배정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방안이다.

신주 우선배정 방안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소액 주주들에게 공모주 일부를 우선배정하도록 한다. 금융위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충분히 일반투자자 보호가 이뤄질지 여부를 따져 최종 방안에 넣을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이 다른 주식매수청구권과 마찬가지로 최근 주가의 평균으로 산출된 공정가격과의 차익거래 유인이 발생하게 돼 주가가 떨어지면 소통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권리 행사 이후 매수하는 전략을 쓰게 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든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상장사들에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려면서 "차익거래 전략을 쓰는 방식으로 주주와의 소통 여부보다 전략의 일환으로 쓰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