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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예고된 증권업계…구조조정 등 생존전략 치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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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예고된 증권업계…구조조정 등 생존전략 치열 전망

실적 반토막·PF-ABCP 사태에 유동성 위기 우려 심화
구조조정부터 고금리 단기사채·자산매각 등 해결 나서

앞서 증시 호황에 축제 분위기를 즐겼던 증권업계가 올해 유독 더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앞서 증시 호황에 축제 분위기를 즐겼던 증권업계가 올해 유독 더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증권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실적은 박살 나고, 유동성은 위기 상황이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나서 '제2 채안펀드'를 가동 중이나 급한 불만 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고금리 단기 사채를 발행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 증권사들의 생존 전략이 치열하다. 앞서 증시 호황에 축제 분위기를 즐겼던 만큼 증권업계의 올해 겨울나기가 유독 더 혹독할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59개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이 났다. 10조5745억원에서 47.29% 감소한 5조5735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기준 4조524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조7306억원 대비 41.47%나 줄었다.
같은 기간 주요 대형증권사들의 실적 역시 상황은 같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2143억원에서 올해 5235억원으로 56.89%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8177억원에서 3425억원으로 58.11%나 줄었다.

NH투자증권도 영업이익이 9563억원에서 4182억원으로 56.27%, 당기순이익이 6773억원에서 2710억원으로 59.99%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영업이익이 1조1088억원에서 5765억원으로 48.01%, 당기순이익이 8109억원에서 4293억원으로 47.06% 줄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박살 난 실적은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에 따른 자금경색 위기에 부채질을 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기우'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예외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일반 유동성비율은 125%다. 같은 기준 우발 채무에 부동산 PF 보증만을 가정해 산출한 조정유동성비율도 115.7%다. 보유 중인 채무 보증 모두를 포함한 비율도 106.8%다. 100%를 상회하는 것이 금융 당국의 권고 기준인 만큼 증권사들의 유동성에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분석은 여기에 근거한다. 그러나 문제는 중소형증권사들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이 지난 2013년 이후 9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중소형증권사들의 불안감은 심화되고 있다. 계약직이 대부분인 투자은행(IB)본부를 대상으로 세 자릿수 감축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또 다른 중소형증권사인 케이프투자증권도 법인 영업부서와 리서치영업부를 폐지하고, 해당 부서 소속 임직원 일부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옮겨갔다. 때문에 으레 하는 조직개편을 앞두고 정해지지 않은 인력 감축 얘기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모두 어려운 가운데 중소형증권사들의 어려움만 두드러지자 대형증권사들이 이들을 돕고자 나섰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9개사는 1조8000억원 규모의 'PF-ABCP 매입프로그램'의 본격 가동에 나섰다. 매입기구(SPC) 회사의 명칭은 '유동화증권매입프로그램' 주식회사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이 같은 노력에도 중소형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고금리 단기사채를 발행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 각자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400억원 규모의 3개월 만기 A2+ 등급 단기사채를 연 6.3%에, IBK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A1 등급의 3개월 만기 단기사채를 각각 연 5.95%와 연 5.8%에 발행했다.

또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태국 현지법인 '다올 타일랜드' 지분 69.9%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태국 현지법인을 보유한 만큼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올해 겨울 증권업계의 한파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자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이직을 고민하는 등 증권업계의 불안감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대형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힘을 모아 중소형사를 돕고자 나섰지만 이는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는 것일 뿐"이라며 "실질적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없어 향후 구조조정 등 유동성 회복을 위한 움직임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수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sj87@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