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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영국정부, 경기부양위해 대규모 감세…파운드화·국채가격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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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영국정부, 경기부양위해 대규모 감세…파운드화·국채가격 급락

파운드화 37년만 최저치-5년물 국채수익률 하루 상승폭 급등

리즈 트러스 영국총리.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리즈 트러스 영국총리. 사진=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새 총리가 이끄는 영국정부는 23일(현지시간) 1972년이후 최대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았다. 경기부양에 대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개인소득세를 내리고 예정된 법인세 인상은 철회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높은 세율이 노동 의욕과 투자 동기를 약화시켜 영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감세’를 앞세운 ‘미니 예산안’을 발표했다.
감세안에는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외에 법인세율 인상 동결과 부동산구입시 인지세 삭감이 포함됐다. 감세규모는 2026/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이다. 영국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이같은 감세규모는 1972년이래 최대규모다.

콰텡 재무장관은 영국경제성장률을 앞으로 5년간 연율로 1% 끌어올려 감세분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올해 국채발행계획은 2341억 파운드(2590억 달러)로 정했으며 전년보다 724억 파운드 늘렸다. 이에 따라 영국 단기국채가 매도세가 몰리면서 5년물 국채수익률의 하루 상승폭이 1991년이후 최대가 됐을 뿐만 아니라 파운드는 37년만에 1.11달러를 밑돌았다.

콰텡 재무장관의 발표는 영국 경제대책이 근본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의미하고 1980년대에 마거릿 대처 전총리가 추진한 경제대책 ‘대처리즘’과 도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실시한 경제대책 ‘레이건니즘’을 상기시킨다. ‘트리클 다운(낙수효과:대기업, 재벌, 고소득층 등 선도 부문의 성과가 늘어나면 연관 산업을 이용해 후발·낙후 부문에 유입되는 효과)’ 경제로의 회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콰텡 재무장관은 “이번 경제대책이 전세계의 역동적인 경제와 제대로 경쟁해 나갈 방법“이라며 ”경기후퇴의 악순환을 성장의 선순환으로 바꾸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가격의 보조계획은 앞으로 반년간 약 600억 파운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런던금융시장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원의 상여금 상한을 철폐키로 했다.
영국 야당 노동당의 레이첼 리브스 의원은 이번 경제대책은 12년간 정권운영에서 아이디어가 다한 ‘버려진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장도 투자도 생산성도 낮으며 소비자 신뢰감도 조사 시작 이후 최저가 됐다. 상승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금리, 은행원의 상여뿐"이라고 말했다.

로열 런던 애셋 매니지먼트(RLAM)의 멀티 자산부문 책임자 트레버 그리섬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번갈아 일어나는 상태를 방불케 하는 정책의 주도권 다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투자자들은 요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티그룹은 영국의 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이 신뢰도를 상실할 리스크가 있다면서 1 파운드화 가치가 1달러와 같아지는 패러티(등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2.2% 하락한 1.10달러로 37년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앞으로10% 하락하면 패러티에 도달한다. 지금까지 파운드의 최저치는 1.05달러 부근이었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