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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호주와 'OPEC 스타일' 배터리 카르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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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호주와 'OPEC 스타일' 배터리 카르텔 추진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 주 소로와코의 니켈 처리 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 주 소로와코의 니켈 처리 공장. 사진=로이터
니켈과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광물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이들 자원을 매개로 석유의 OPEC과 같은 카르텔을 설립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외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투자 장관인 발릴 라하달리아는 인도네시아가 에너지 전환에 핵심이 되는 금속(니켈, 코발트, 망간) 등에 산유국 그룹이 만든 OPEC과 비슷한 매커니즘의 금속 카르텔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가 "잠재 투자자와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OPEC과 같은 카르텔을 만드는 것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도네시아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포함한 자국이 보유한 광물 자원과 관련해 유사한 협의체를 만들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KADIN) 회장이자 에너지 대기업 인디카에너지의 회장인 아르자드 라지드는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광물 산업의 잃어버린 연결고리"라면서 자신이 곧 발리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라지드는 인도네시아의 기업·투자 책임자들이 최근 몇 주 동안 호주를 방문해 리튬 광산 투자를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제련 등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호주의 광산에 대한 투자에 '매우 진지하다'고 강조했다. 라지드는 "만약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최대 글로벌 공급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동맹을 논의하는 이유는 이들 두 나라가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흑연을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이며 호주는 세계 최대의 리튬 생산국이다. 실제로 이들 두 나라가 협력하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CRU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최대 니켈 생산국으로 전 세계 정제 니켈 공급량의 38%를 생산한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의 니켈 매장량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라지드는 "인도네시아와 호주는 경쟁하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며 "양국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협의를 맺어 배터리 금속 카르텔을 형성하면 이들 두 나라는 금속 가격을 안정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주도의 카르텔 형성이 쉽지많은 않다는 평가다. 한 가지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이 주로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외국 기업 주도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자국 소유의 산업체의 비중이 낮아 안정성이 떨어진다. 니켈의 등급도 문제다. 현재 인도네시아가 공급하는 니켈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사용할 수 있는 낮은 등급의 니켈로 이를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순도로 정제하려면 인도네시아 제조 산업의 성장이 필요하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과 가공이 주로 석탄 화력 발전에서 나온 에너지로 진행되는 탄소 집약적 산업이라서 친환경 사업에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페넌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전무이사이자 전 미국 국무부 에너지 자원 차관보인 프랭크 패넌은 "만약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금속에 대한 OPEC 스타일의 카르텔을 만든다면 인도네시아 니켈 부문에 대한 서구 투자를 크게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