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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넘어 세계로"… 中 증권사, '非중국인 고객 확보' 마지막 관문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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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넘어 세계로"… 中 증권사, '非중국인 고객 확보' 마지막 관문 넘는다

시진핑 '금융강국' 기치 아래 2035년까지 2~3개 글로벌 탑티어 IB 육성 목표
홍콩 IPO 주관 점유율 50% 돌파… 중동·동남아로 글로벌 영토 확장
"애플·구글 자문할 수 있어야 진짜 글로벌"… 지정학적 경계와 현지 신뢰 구축이 최대 시험대
중국 상하이 푸둥 금융가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 푸둥 금융가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판. 사진=로이터
수십 년간 월스트리트의 '골드만삭스'를 모방하며 금융 역량을 키워온 중국의 대형 증권사(투자은행)들이 이제 단순한 추종자를 넘어 독자적인 글로벌 금융 강자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본토 자본시장과 홍콩을 거점으로 막강한 자본력을 축적한 중국계 IB들은 중동과 동남아시아로 무대를 넓히며 서구계 투자은행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과 중국 자본'이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글로벌 비(非)중국인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일류 금융기관으로 안착하기 위한 마지막이자 가장 험난한 과제로 떠올랐다.

10월 12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의 금융 초강대국 추진 전략과 맞물려 중국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지고 있다.

'월가의 견습생'에서 '수석 주관사'로… 30년 만의 권력 이동


중국 투자은행의 역사는 1995년 첫 중외 합작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출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 당시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월가 베테랑들로부터 상장 기법과 해외 로드쇼 노하우를 배우던 '견습생' 시절을 보냈다. 1997년 차이나모바일의 42억 달러 규모 홍콩·뉴욕 동시 상장은 서구 IB의 주도로 이뤄진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위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중국 대형 증권사들은 막대한 본토 자본과 기업 풀을 바탕으로 신디케이트 단순 참여자에서 수석 인수 주관사(Lead Underwriter)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로부터 CLSA(크레디리요네증권)를 인수한 중신증권(CITIC Securities)은 최근 브랜드를 'CSI(Citic Securities International)'로 통합하며 독자적인 글로벌 플랫폼을 확립했다.

왕쥔훙(Wang Junhong) 궈타이쥔안 인터내셔널 부대표는 "견습생은 마침내 졸업했다"며 "오늘날 홍콩 IPO 시장에서 중국계 투자은행들은 서방 경쟁자들과 최소한 대등한 위치에 서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서구사를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2035년까지 글로벌 선도 IB 육성"… 홍콩 법인에 자본 쏟아부어


이러한 약진의 배후에는 베이징 지도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자리 잡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3년 중앙금융업무회의에서 '금융강국' 건설을 천명하며 일류 투자은행 육성을 주문했다.

우칭(Wu Qing)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주석 역시 "일류 IB는 단순히 덩치만 커서는 안 되며, 글로벌 자본 배분과 자산 가격 결정권에서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2035년까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2~3개의 초대형 IB를 육성한다는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정책에 발맞춰 증권사들의 대규모 자본 수혈도 잇따르고 있다.

SCMP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최소 9개 중국 본토 증권사가 홍콩 자회사에 총 517억 위안(약 10조 4,000억 원)을 증자했거나 출자를 진행 중이다.

중신증권이 국제부문에 160억 위안을 투입했고, 궈타이하이퉁과 화타이증권 등도 막대한 자금을 배정했다. 2025년 말 기준 중국 34개 증권사가 거느린 36개 해외 자회사의 총자산은 전년 대비 32% 급증한 1조 9,400억 홍콩달러에 달했다.

홍콩 IPO 절반 장악… 두바이·동남아로 영토 확장


홍콩은 중국계 IB들의 핵심 시험장이자 성공 모델이다.

홍콩 증시 시가총액의 78%, 일일 거래량의 90%를 본토 기업이 차지하는 환경 속에서,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에 따르면 올해 1~8월 홍콩 상위 30개 주관사 중 중국계 증권사의 IPO 점유율은 50.6%로 치솟았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비중은 26.5%로 축소됐다.

실적도 급성장세다.

중신증권의 2026년 상반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158억 6,000만 위안을 기록했고, 국제부문 순이익은 8억 2,900만 달러로 2배 이상 폭증했다. CICC 역시 해외 매출이 45% 늘어난 91억 9,000만 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했다.

이제 전선은 홍콩을 넘어 중동과 동남아시아로 확장되고 있다.

중신증권과 CICC는 중동의 관문인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에 거점을 열고 국경 간 자본 유치에 나섰으며, 차이나 갤럭시 증권(중국은하증권)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를 잇는 촘촘한 아세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글로벌화 2.0'의 시험대… "애플·구글 IPO 주관할 수 있나"


그러나 진정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까지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본토 고액 자산가'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나, 현지 토착 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해야 하는 '글로벌화 2.0'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홍콩대학교 금융학 교수 천즈우(Chen Zhiwu)는 "뉴욕이나 런던에 사무소를 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진짜 시험은 유럽이나 동남아, 남미 기업들이 월가 대신 중국 증권사를 IPO 주관사나 M&A 자문사로 선택하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와 부유층이 수억 달러의 자산 관리를 중국계 기관에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에버브라이트증권의 영국 MP&실바 투자 실패나, 하이퉁 인터내셔널이 2022~2023년 해외 고수익(하이일드) 부동산 채권 디폴트로 입은 17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손실은 무리한 해외 확장의 위험성을 보여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 있다.

동남아 등 일부 지역에서 감지되는 대중국 견제 심리와 지정학적 민감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왕쥔훙 부대표는 "궁극적으로 중국계 투자은행의 성공 기준은 글로벌 현지 기업을 얼마나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중국 IB가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의 딜을 수임하고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글로벌 투자은행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