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연기금 CalPERS, 대리투표 지침에 'AI 감독 부실 시 이사 선출 반대' 명시
英 연금협회·뉴욕주 연기금·HSBC자산운용 등 유럽·미국계 자본 'AI 독립 평가' 확산
환각·알고리즘 오류로 수억 달러 손실 속출… "AI 부실 거버넌스가 주주가치 훼손"
英 연금협회·뉴욕주 연기금·HSBC자산운용 등 유럽·미국계 자본 'AI 독립 평가' 확산
환각·알고리즘 오류로 수억 달러 손실 속출… "AI 부실 거버넌스가 주주가치 훼손"
이미지 확대보기이사회 차원의 AI 통제 역량이 미흡하거나 알고리즘 오류 등으로 재정적·평판 손실을 초래한 기업에 대해서는 이사 선출안에 전격 반대표를 던지는 등 글로벌 자본의 감시 잣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넘어 'AI 책임성'으로 대폭 확장되고 있다.
10월 1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운용자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최대 공공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캘퍼스)은 올해 개정된 의결권 행사(대리투표) 가이드라인에 사상 처음으로 'AI 관련 위험 관리' 조항을 신설했다.
새 지침에 따르면 캘퍼스는 투자 대상 기업의 이사회가 AI 기술 도입에 따른 리스크 감독을 소홀히 하거나 통제 시스템이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주주총회에서 해당 이사 후보의 선출안에 대한 찬성을 보류하거나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英 연금협회·뉴욕주 연기금 가세… "AI 환각·책임성 공시 지지"
유럽과 영미권의 주요 연기금 및 운용사들도 일제히 행동에 나섰다.
영국 주요 연기금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금협회(Pensions UK)는 2026년 주총 시즌 개정 지침을 통해 "이사회 감독체계와 책임 있는 AI 활용 프레임워크가 결여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이사 선임 및 핵심 안건에 반대투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협회는 "2024~2025년 주총 시즌 동안 AI 및 사이버 보안 거버넌스와 관련된 주주 제안이 폭발적으로 급증했다"며 기관투자자들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주 공공연금 역시 2026년 대리투표 가이드라인에 AI를 '독립 평가 범주'로 전격 신설했다.
특히 AI 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으로 꼽히는 '환각(Hallucination·거짓 정보 생성)'에 대한 기업의 완화 조치와 이사회의 관리 책임을 집중 점검하며, 기업들에 AI 활용 실태와 윤리 기준에 관한 투명한 공시를 요구하는 주주 결의안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글로벌 운용사인 HSBC 자산운용도 올해 처음으로 이사회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AI 리스크 관리 조항을 정식 반영했다.
앞서 애플(Apple)의 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AI 윤리 가이드라인 공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상정했을 당시, 회사 측이 영업기밀 보호를 이유로 반대해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주요 연기금들이 일제히 태도를 바꾸면서 향후 테크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AI 투명성 주주제안의 통과율은 대폭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알고리즘 판단 착오가 부른 참사… 주주가치 훼손 직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AI 거버넌스를 정조준하는 이유는 부실한 AI 관리가 기업의 재무 상태와 현금흐름을 순식간에 붕괴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는 자체 주택가격 예측 AI 알고리즘의 오류로 팬데믹 부동산 시장 변동을 잘못 판독해 한 분기에만 3억 달러(약 4,000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 적자를 내고 주택 직접 매입(iBuying) 사업을 전면 접어야 했다.
2024년에는 에어캐나다(Air Canada)의 고객센터 챗봇이 허위 할인 규정을 안내해 승객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패소하는 등 대고객 서비스에서의 신뢰 추락 사례가 잇따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KPMG와 호주 멜버른 대학이 2025년 발표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현업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직원의 56%가 기술적 한계나 환각으로 인해 업무상 실수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 오카모토 KPMG 글로벌 파트너는 "부실한 AI 거버넌스는 대규모 집단소송, 규제 당국의 과징금, 고객 대거 이탈을 부르는 치명적인 뇌관"이라며 "이는 기업의 잉여현금흐름(FCF)과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직접적인 주주가치 훼손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2029년 日 생성형 AI 이용자 5,100만 명… 아시아권 대응은 아직 걸음마
AI의 일상화 속도는 눈부시다. 시장조사기관 일본 ICT 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내 생성형 AI 이용자 수는 2024년 대비 140% 급증해 오는 2029년 말 5,16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기관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AI 의결권 지침을 제도화한 것과 달리,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대응은 아직 포괄적인 리스크 관리 범주에 머물러 있다.
엔도 마사노부 에셋매니지먼트원(Asset Management One) 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는 AI를 별도의 독립 안건으로 분리하기보다는 기존의 정보 보안, 데이터 관리, 사이버 보안 체계의 연장선상에서 전반적인 위험 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손들이 AI를 단순한 생산성 혁신의 도구가 아닌,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핵심 지배구조(Governance) 리스크로 재정의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상장사들의 이사회 구성과 알고리즘 감사 체계 구축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