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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금리 경쟁 자제령에 자취 감춘 '5%대 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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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금리 경쟁 자제령에 자취 감춘 '5%대 예금'

정기예금 금리 4%대로 하향
당국 널뛰기 정책에 시장 혼선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탓에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표적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연 5%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연 5.0%)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우리WON플러스 예금'은 1년 만기에 최고 연 4.98%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지난 13일 1년 만기에 5.18%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5대 시중은행 상품 중 가장 먼저 5%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시장 금리를 토대로 매일 적용 금리가 달라지는 '우리WON플러스 예금'은 다시 5% 아래로 내려왔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12개월 만기 기준 최고 연 4.7%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 역시 지난 19일 5.01%로 금리를 줬지만 다시 4%대로 내려왔다. 신한은행의 '쏠 편한 정기예금'도 최고 5%에 못 미치는 연 4.95%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1%로 2주 전과 같지만 상품 구조에 변동이 생겼다. 지난 14일에는 기본금리만으로 연 5.1%였다. 하지만 현재 기본금리는 연 4.8%로 낮아졌다. 대신 0.3%포인트의 특별 우대 금리가 더해져 연 5.1%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부터 오르기 마련이지만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오히려 낮아지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해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은행들에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기준금리 인상 다음 날인 지난 2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성이 높은 은행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에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모두 빨아들인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은행채 발행 자제를 당부했다.
은행들의 주요 자금 조달 축인데, 이게 막히면서 예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는 은행 간 예금금리 경쟁으로 이어졌다. 예금금리만 오른다면 별다른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변동금리인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가 되는 코픽스는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전 달보다 0.58%포인트 오른 3.98%로 집계됐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집계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상승 폭도 역대 최고였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 달보다 0.33%포인트 오른 2.85%다.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32%포인트 오른 2.36%로, 2019년 6월 도입 이후 최고였다.

문제는 이미 대출금리가 고공 행진을 하는 만큼 수신금리만 억제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최근 폭리 논란이 일자 예금금리를 과거보다 빠르게 올리며 대응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것은 어려움이 더 크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요청이 다시 예대금리차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국이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제도를 강화하는 등 예대금리차 축소를 압박해 수신금리 인상으로 대응해 왔다"며 "급격한 수신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자 다시 올리지 말라고 요구하는데 이런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지침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