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을 비롯한 조선업체, 전자업체 등 국내 주요 산업체들의 임단협이 잇달아 결렬됐다. 이에 따라 각 산업체 소속 노동조합들이 집단행동(파업)을 위한 쟁의수순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산업계는 완성차업체들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쟁의조정 수순에 돌입했다. 양측은 지난 5월10일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교섭에 나섰지만 10여차례가 달하는 교섭기간 동안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노조 측은 올해 본급 16만5200원 인상, 해고자 복직 및 손배가압류 철회, 정년 연장,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 역시 국내공장 경쟁력강화, 노사공동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양측은 지난 22일 노조 측이 사측에 일괄제시안을 요구했고, 사측이 일괄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결국 임단협 결렬이 선언됐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투표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파업 찬성이 나올 경우 본격적인 임단협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가 전격적인 파업 수순에 나서면서 현대차는 다시 4년 만에 파업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온 바 있다.
기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기아 노조가 현대차 노조와 함께 공동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해서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기아 노조 역시 파업에 나설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GM도 지난달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에 착수했다. 노조 측은 올해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으로 지급 등을 요구했다. 또한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등의 발전방안과 함께 후생복지 증대 및 수당 현실화 등을 제시했다.
관건은 올해 말(11월) 가동이 중단될 예정인 부평2공장이다. 노조 측은 부평2공장에 전기차 생산물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물량 조정은 글로벌 GM의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노조 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임단협을 시작한 르노코리아 노조 측은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일시금 500만원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정규직 채용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에 지난 14일 열린 제4차 교섭에서 르노코리아 사측은 노조에 '다년합의(2022~2024년까지 3년치에 대한 임단협 타결안)'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거절하면서 르노코리아 역시 하투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조선업계도 자동차업체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 한국조선해양 계열 조선3사들이 모두 임단협에 돌입했다.
이들 조선3사 노조는 기본급 대비 7.55% 오른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력구조 개선, 노동이사제 도입 등 공동요구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7월 초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노사협의회를 통해 9% 임금인상에 합의했지만, 노조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SK하이닉스의 경우 2개의 노조가 별도로 사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올해 기본급 기준 12.8% 임금인상율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의 행보도 노동계의 관심사다. 최임위는 지난 24일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다. 9160원이던 올해 최저임금보다 1730원(18.9%)이나 오른 수준이다. 월금 기준으로 환산하면(월 노동시간 209시간 적용) 227만6010원이다.
노동계 측은 "고물가로 인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계는"현재 경제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안"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에 대해 "5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2%"라며 "급격하게 오른 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18.9%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다.
정부와 재계는 노동계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하투가 발생할 경우 기업경영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환욜부터 원자재값에 이르기까지 대외변수가 가뜩이나 불안한데,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는 상황"이라며 "노동계의 행동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