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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용 차량 부족 "40분 대기도 운 좋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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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용 차량 부족 "40분 대기도 운 좋아야…"

광주, 129대 필요하지만 13대밖에
최대 약 2시간 30분도 기다리기도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반다비 체육센터에서 배영준(24) 씨가 장애인 전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반다비 체육센터에서 배영준(24) 씨가 장애인 전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은 40분 만에 타네요. 이 정도면 운 좋은 거예요."

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반다비 체육센터에서 만난 배영준(24) 씨는 집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장애인 전용 차량을 부른지 30분이 지났지만, 아직 배차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 병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배씨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해 항상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저상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있지만 이날처럼 짐이 있는 날은 손이 부족해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이날 오후 4시 42분께 부른 택시의 대기자 수는 65명으로, 배씨의 택시는 30여분 만인 5시 13분께 배차됐다.

택시가 체육센터로 오기까지도 10분이 걸려 배씨는 총 43분을 기다린 뒤에야 집으로 가는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배씨의 지난 1주일간 택시 호출 내역 10건을 분석한 결과 한 번 택시를 탈 때마다 평균 50분가량을 기다렸다.
적게는 13분에서 많게는 2시간 28분이었다.

3일 광주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휠체어 이용자 대기시간은 평균 32분 43초로, 비휠체어 이용자 대기시간은 평균 23분 27초다.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광주시는 지난 8월부터 비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바우처 택시' 100대를 시범 도입했다.

하지만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장애인 전용차량은 여전히 116대에 그쳐 휠체어 이용자의 불편은 여전하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정도가 심한 보행상 장애인 150명당 전용차 1대를 운행해야 한다.

광주의 경우 129대가 필요하지만 13대에 그쳐 법률상 정해진 최소한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른 자자체 상황도 비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17개 특별·광역시·도 중 경기도와 경상남도만 법정 대수를 만족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매년 증차를 시도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못하고 있다"며 "예산 편성을 요구해 내년까지 4대를 증차하는 등 앞으로 늘려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0일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장애인 콜택시 이동지원센터에 대한 운영비 238억원을 신규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관계자는 "오래된 차를 신차로 바꾸고 센터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예산이 빠듯해 증차에는 엄두가 안 났다"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니 내년도에는 장애인 전용 택시 증차가 가능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