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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점령'에도 러시아를 기다리는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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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점령'에도 러시아를 기다리는 늪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도쿠차이예프스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충돌 과정에서 친러시아군의 장갑차가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도쿠차이예프스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충돌 과정에서 친러시아군의 장갑차가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진군 속도는 예상보다 느리다. 러시아군은 병원과 같은 민간시설을 표적으로 하고 있는 데 다가 그 잔학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군은 서방 국가에서 무기 등을 제공받고 있지만, 만일 러시아가 이 침공에 '성공'하여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점령하에 둔다고 해도, 그러한 점령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러시아가 이 전쟁을 이겨도 우크라이나군은 '저항군'으로서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점령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내에 반항하는 무장 세력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무장 세력은 정규군과 달리 규칙을 따르지 않고, 기민하고, 게릴라 전법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전통적인 군부대가 찾아내 억제하는 것도 어렵다.

이러한 반항세력의 진압을 목적으로 하는 '대반란작전(COIN)'에서 소련과 러시아의 군대가 과거에 실패한 사례는 1992년 아프가니스탄 점령 실패에서도 드러난다. 러시아가 대반란 작전에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요인의 하나로, 미국 랜드 연구소는 '철권(iron fist)' 접근이라고도 불리는 지나친 군사력 의존을 꼽고 있다.

1994년 체첸 공화국의 독립파 무장 세력을 부수려고 했을 때에도 러시아 군대는 전략이나 장비, 사기 문제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현지 주민의 지지도 전혀 얻지 못하고 진압에 실패했다. 러시아 측은 원래 무장 세력에서 민심이 떠나도록 주민의 불만 사항을 개선하는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랜드 연구소에 따르면, 군사력에만 의존한 대반란 작전이 성공한 사례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다. 대개 비군사 수단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협박, 집단적 징벌, 약탈 등도 대반란 작전의 성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외국으로부터의 반항세력에 대한 지원이 싸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남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정권과 함께 현지 공산세력과 싸운 미군이 펼친 대반란 작전도 러시아 이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군사력을 가진 미군조차도 동남아시아의 게릴라전에 실패해 1975년 물러났다.

역사적으로, 대반란 작전이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것은 영국이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나라에 관계된 것 뿐만 아니라, 북아일랜드에서의 분쟁에서도 그 방법은 비교적 뛰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영국도 대부분의 경우에 무력에 호소하고 있지만, 적어도 1948년에 당시의 말라야 연방(현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공산주의자의 봉기나, 1969년부터 1999년까지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 공화군(IRA)이 펼친 반정부 활동에서는 전투수단과 비군사 수단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최종적으로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다.

랜드 연구소는 무력 행사 외에 백성의 지지와 정부 개혁 등도 고려해 과거 59건의 대반란 작전의 타격을 평가해 점수화한 랭킹을 발표했다.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최고는 15점, 최저는 마이너스 11점).

◇미국


・남 베트남(1960~1975년):마이너스 11점

・캄보디아(1967~1975년):마이너스 7점

・라오스(1959~1975년):마이너스 5점

◇러시아/소련


・체첸(1994~1996년): 마이너스 6점

・아프가니스탄(1978~1992년): 마이너스 3점

◇영국


・오만(1957~1959년):3점

・북아일랜드(1969~1999년):8점

・그리스(1945~1949년):10점

・말라야 연방(1948~1955년):11점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