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이번 주에 42%나 급등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회사 에니(Eni)는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가스 공급량을 15%가량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주에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량이 55%가량 줄었고, 그 여파로 가스 가격이 12%가 올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한 EU 회원국을 겨냥해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렵게 됐다. 유럽 국가들의 채권 시장이 동요하고, 유로존 국가의 경제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러시아 가스프롬과 거래하는 독일의 유니퍼 SE, 오스트리아의 OMV AG, 이탈리아의 에니가 모두 가스프롬으로부터 가스 공급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가스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으나 당장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이집트, 이스라엘 등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노르웨이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가스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유럽에 가스가 도달하는데 몇 개월 또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어 당장 올겨울에 유럽 국가들이 가스 대란에 직면할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이 감소하자 중국과 인도 등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1~5월 중국에 수출한 가스가 67.5% 이상 증가했다고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사장이 16일 밝혔다. 밀레르 사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비료 가격이 치솟자 러시아산 비료 수입을 확대하려고 한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산 비료를 수입하는 곡물 회사와 운송업체에 러시아산 비료 수입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글로벌 식량 위기와 비료 공급난이 발생하자 유엔 등이 주관한 회담이 열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화하고,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못 하도록 항구를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