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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으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 완전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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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으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 완전 종식

일본·독일 재무장 부채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과 독일의 재무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태평양 수륙양용지도자 심포지엄 2022에 참가한 18개국 군부대원들이 일본 지상자위대 양륙 신속배치여단의 군사 하드웨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과 독일의 재무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태평양 수륙양용지도자 심포지엄 2022에 참가한 18개국 군부대원들이 일본 지상자위대 양륙 신속배치여단의 군사 하드웨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탈냉전 이후 미국이 전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했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완벽히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으나 확전을 우려해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피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파상적인 경제 제재를 단행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전범 국가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재무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 브라질 등 거대 신흥국가들과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불참하면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떤 식으로 종결되든 세계는 본격적으로 다극화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국제 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 질서 다극화는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재무장과 미국의 대응이 주목받는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협의회(ECFR) 이사가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동안 스스로 방위 정책을 제약해 ‘인위적인 약자’의 길을 택했던 일본과 독일의 군사 대국화에 불을 지폈다”고 진단했다. 일본과 독일은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 4위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올해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일본은 5위, 독일은 16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영향을 받은 중국이 대만을 집어삼키려 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역내에서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인접 국가를 침공하면서 유럽을 직접 위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 일본과 독일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군비 증강에 나섰다. 일본은 지난 7일 방위비를 향후 5년 이내 GDP의 2%로 늘리는 내용이 들어간 ‘경제재정 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일본의 방위비는 현재보다 5조 엔(약 50조 원) 이상 증가해 총 100조 원대를 돌파한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행한 연설에서 독일 국방비를 올해부터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올리고, 1000억 유로(약 135조 원)의 국방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와 이스라엘제 드론을 사겠다고 밝혔다. 독일 상원은 최근 국방 기금을 최종 승인하고, 이를 위한 헌법 개정안도 가결했다.

미국은 일본과 독일의 재무장을 묵인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16일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설에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미국은 일본이 전반적으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내리는 결정을 완벽히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매우 책임 있는 나라과거 기억 때문에 유럽이 우려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전화 통화에서 양국이 군사 분야를 포함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5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55%가 증가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러시아가 중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