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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원, '낙태합법화 판결' 공식 폐기…국제사회 찬반논쟁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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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원, '낙태합법화 판결' 공식 폐기…국제사회 찬반논쟁 이어져

오는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큰 혼란 예상
캐나다, 프랑스 등 다른 국가는 반대 목소리

낙태권 판결 파기에 항의하는 미 대법원 앞 시위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낙태권 판결 파기에 항의하는 미 대법원 앞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합법화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이에따라 약 50년간 연방 차원에서 보장됐던 낙태 권리가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가 미국 언론에서 나오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 찬반 논쟁이 격화하면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문에서 대법원은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그런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암묵적으로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에 언급 안 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있기는 하나 그런 권리는 이 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며 질서 있는 자유의 개념에 내재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제 헌법에 유의해서 낙태 문제 결정을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줄 때"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대법원은 1973년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내렸으며 이 판결은 1992년 플랜드페어런드후드 대 케이시 사건 때 재확인됐다. 대법원은 1973년 1월 '7 대 2'로 내린 로 대(對) 웨이드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14조상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태아가 자궁 밖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약 임신 28주) 전까지는 여성이 어떤 이유에서든 임신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각 주의 낙태 금지 입법은 사실상 금지되거나 사문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에 대한 심리에 들어가면서 이번에 결국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상충하는 미시시피주의 낙태금지법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표결에서는 6대3으로 유지를 결정했다. 이어 로 및 플랜드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판결을 폐기할 지 여부에 대한 표결에선 '5대 4'로 폐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서는 인권이 후퇴한 것이라며 미국 연방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 대법원 판결 이후 트위터에 "낙태는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썼다. 이어 "오늘 미국 대법원에 의해 자유에 도전을 받은 모든 여성에게 연대를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미 대법원의 낙태권 판결 파기는 기본권에 있어 심각한 후퇴"라며 "프랑스는 계속 이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위터에 "미국서 전해진 뉴스는 끔찍하다"며 "낙태권을 잃을 수 있는 수백만 명의 미국 여성에게 마음을 보낸다"며 "정부나 정치인 혹은 남성이 여성에게 그들의 몸과 관련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교황청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큰 나라가 이 문제(낙태)에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은 전 세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빈센초 팔리아 학술원장은 성명에서 "서구사회가 생명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인간의 생산성이라는 진지하고 시급한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해보자는 강력한 초대"라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