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 자본 유출은 신흥국에서 금융 위기가 악화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고,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쇄 금리 인상과 미국 달러화 초강세 및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최근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국 투자자들의 엑소더스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흥국에 해외 투자금이 대거 유입됐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저성장 등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신흥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해 미국 등 보다 안전한 투자처로 옮기고 있다.
조너선 바가스 IIF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특정 국에 한해 이뤄졌고, 일부 신흥국에서 투자 자본이 빠지면 다른 신흥국에서는 이것이 늘어났으나 이번에는 신흥국 시장 전반에 걸쳐 해외 투자 자본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이 단기간 내에서 다시 회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최대 신흥국인 중국의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스리랑카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음에 따라 그다음 차례는 어느 국가가 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고 통화가치 급락하자 정부 당국이 이를 저지하려고 외환보유고에 손을 대 외환 보유 금액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나라는 반년 새 두 배가 늘어 19개국으로 확대됐다. 엘살바도르, 가나, 튀니지, 파키스탄, 이집트, 케냐,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은 다른 나라보다 국채 금리가 10% 포인트 이상 높다. 그러나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 등과 같이 규모가 조금 더 큰 신흥국은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을 고려할때 비교적 경제가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