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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유럽 에너지대란에 러와 경제전쟁 확전·휴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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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유럽 에너지대란에 러와 경제전쟁 확전·휴전 딜레마

러시아, 가스공급 크게 줄여 유럽국 고통 극심
장기적으론 러 불황 빠지는 혹독한 대가 전망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방이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방이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확전'을 택할지, 아니면 유럽의 에너지 대란 수습을 위해 제한적인 '휴전'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경제 전쟁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장기 불황에 빠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일(현지시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의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전선에서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유럽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이는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드 스트림1'의 가스 공급 축소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이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줄인 이유에 대해 "긴급 수리가 필요한 고장이 있었고, 불법적 제재로 야기된 인위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스프롬은 6월 16일부터 캐나다에서 수리를 받은 가스관 터빈 반환 지연을 이유로 노드 스트림1을 통해 독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까지 줄였다. 러시아는 지난달 27일에는 가스관 정비 필요성을 내세우며 공급량을 20% 수준으로 낮췄다. 그 여파로 유럽에서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는 올겨울에 대비하려고 가스 배급제를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유럽 국가들은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돌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노드 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량이 20%로 줄어들면 EU에서 절대적인 가스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은행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줄어들 것이고, 러시아가 그런 이유로 서둘러 이 전략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뿐 아니라 국제 유가 상승 문제도 난제로 남아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 국제 유가 급등을 막으려고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영국 런던 로이드 해상 보험이 러시아산 원유를 선적한 선박에 대한 보험 서비스 제공 금지 조처 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6월 4일 러시아산 원유를 선적한 선박에 대한 해상 보험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보험 없이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것은 국제 해사법 위반이다.

영국은 국제 해상 보험 중심 국가이다. 이 때문에 EU는 영국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운송 선박 보험 서비스 제공 중단 방안을 협의해왔다. EU와 영국이 해상 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전면적으로 차단되면 국제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 미국도 유럽 국가들에 해상 보험 서비스 중단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EU와 개별 회원국들은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노르웨이 등과 에너지 공급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은 이번 기회에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최대한 낮출 계획이다.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교수팀은 1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지금 원유와 가스 가격 급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보다는 러시아가 더 치명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러시아가 유럽 시장 대신에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늘리고 있으나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의 협상력이 약해져 러시아산 에너지가 할인된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팀은 러시아산 원유 우랄스가 국제적인 기준유인 브렌트유에 비해 올해 1~2월에는 배럴 당 1.50달러 낮은 가격에 판매됐으나 현재 그 차이가 25.80달러 가량으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