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이후 개장된 미국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 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등을 우려해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 국채 매입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 기관은 자산 운용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미국과 중국 간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레그 벨리어 AGF 인베스트먼트 투자 전략가는 이날 메모에서 “미국과 중국 간 우발적인 충돌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 전구 스이 대변인은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일련의 연합 군사행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 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각각 실시하고, 대만 동부 해역에서 상용 화력을 조직해 시험 사격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인민 해방군이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 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해군은 대만과 멀지 않은 필리핀해에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전함 4척을 전개했다고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은 이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나 중국이 미국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라시아 그룹은 “미·중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이 길어져 추가적인 긴장 고조 사태와 같은 중대한 안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25% 정도”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창설자로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향후 몇 년 사이에 미국과 중국 간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30%가량이고, 대만이 이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이 탑승한 항공기가 2일 밤 10시45분께(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타이베이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숙박한 후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 및 오찬, 입법원(의회)과 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3일 오후 4~5시께 출국할 것이라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