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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자리 넘치는 경기 침체', 글로벌 공통 현상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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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자리 넘치는 경기 침체', 글로벌 공통 현상 된 이유는

미국, 유로존, 일본, 뉴질랜드 등에서 침체 우려 속 극심한 구인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침체 우려 속 구인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침체 우려 속 구인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로존, 뉴질랜드 등 선진국 경제에서 현재 ‘침체 우려 속 인력난’이 공통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일자리 넘치는 경기 침체’(jobful recession)는 미국에서 널리 거론됐으나 실제로는 지구촌 전체에 걸쳐 이런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세계 각국에서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 경기 침체기를 벗어난 이후 몇 년에 걸쳐 경제 성장률이 올라갔으나 고용이 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지구촌을 강타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국 경제가 침체 또는 침체 위기를 맞고 있으나 기업들이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 핵심 이유를 인구 고령화와 이민자 유입 감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대 퇴직’ 현상이 나타났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이르렀으나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 참가 비율은 2020년 초 26%에서 현재 23%로 내려갔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도 수백만 명의 노동 인력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미국은 올해 1,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0.9%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통상 기술적으로는 두 분기 연속 GDP가 역성장하면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본다. 경기 침체기에는 대규모 실업 사태로 실업률이 크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 노동부5일 공개한 7월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52만8000개 증가했다. 7월 실업률은 3.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려가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도 미국에서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 등으로 인해 에너지 대란에 직면했다. 독일은 올해 2분기에 GDP가 정체 상태에 빠졌으나 실업률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독일 연방 고용청은 6월 실업률이 5.4%(조정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는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실업률이 3.3%로 수십 년 사이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영국이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27년 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75%로 0.5%포인트 올렸다. 영국의 빅스텝은 1995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영국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고, 영국에서 장기 경기 침체 우려가 크다. 그러나 영국의 현재 실업률은 3.8%에 불과하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0.8%에 그쳤다. 일본의 현재 실업률은 2.6%로 코로나19 이전 당시의 2.2%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고용시장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다양한 업종에 걸쳐 노동력 부족과 ‘회복 속의 노동력 결핍’이라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미국·유로존·영국에서 고용률 회복이 더디지만 채용 건수와 퇴직자 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상한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