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세계 각국에서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 경기 침체기를 벗어난 이후 몇 년에 걸쳐 경제 성장률이 올라갔으나 고용이 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 핵심 이유를 인구 고령화와 이민자 유입 감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대 퇴직’ 현상이 나타났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이르렀으나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 참가 비율은 2020년 초 26%에서 현재 23%로 내려갔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도 수백만 명의 노동 인력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미국은 올해 1,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0.9%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통상 기술적으로는 두 분기 연속 GDP가 역성장하면 경기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본다. 경기 침체기에는 대규모 실업 사태로 실업률이 크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 노동부가 5일 공개한 7월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52만8000개 증가했다. 7월 실업률은 3.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려가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도 미국에서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 등으로 인해 에너지 대란에 직면했다. 독일은 올해 2분기에 GDP가 정체 상태에 빠졌으나 실업률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독일 연방 고용청은 6월 실업률이 5.4%(조정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는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실업률이 3.3%로 수십 년 사이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0.8%에 그쳤다. 일본의 현재 실업률은 2.6%로 코로나19 이전 당시의 2.2%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고용시장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다양한 업종에 걸쳐 노동력 부족과 ‘회복 속의 노동력 결핍’이라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미국·유로존·영국에서 고용률 회복이 더디지만 채용 건수와 퇴직자 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상한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