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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IRA 지원 받자"…유럽 제조업체들, 美로 '엑소더스'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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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IRA 지원 받자"…유럽 제조업체들, 美로 '엑소더스' 움직임

미 정부 보조금, 유럽 에너지 비용 급등 이유로 유럽 기업들 미국 이전 추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11월13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회의장 앞에 주차된 전기차.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11월13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회의장 앞에 주차된 전기차. 사진=로이터
미국이 자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제조업체에 정부 보조금 특혜를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함에 따라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업체를 포함한 핵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대거 미국으로 옮기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유럽의 산업이 미국으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위험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3690억 달러 규모의 IRA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가스 비용이 미국에 비해 5배에 달해 유럽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시설을 미국 등 해외로 이전하려고 한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스웨덴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는 최근 미국에서 생산시설 확충을 모색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폴크스바겐, BMW, 골드만삭스 등이 투자한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이다. 노스볼트는 IRA에따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6억~8억 달러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독일은 1억5500만 유로의 지원을 약속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배터리 제조 시설과 장비를 미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도 미국 내 사업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독일 내 생산량을 줄이고, 미국 텍사스 제철소에 대한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건축자재 및 유리 제조회사 생고뱅 등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을 거론하며 “현시점에서 유럽에 자명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로베르트 바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하고, 유럽에 대한 투자를 (미국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으로 기업 투자를 싹쓸이하는 데 맞서 EU 국가들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자체 보조금으로 맞불을 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4일 IRA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했으나 미국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만나 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왜곡 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미국에 강력히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미국과 EU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보복관세로 맞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에서는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유럽 전기차와 배터리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 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이 배터리, 반도체, 수소 등 핵심 산업에서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도록 '유럽 연대 펀드'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