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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RA 자진신고제 통했다… 월가 '벌금 대란' 속 생존 비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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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RA 자진신고제 통했다… 월가 '벌금 대란' 속 생존 비책은

조사 장기화·제재액 급증에 규제 패러다임 '적발'서 '협력'으로 급선회
30여 개사 조사 수개월로 단축… 리스크 충당금 감소율이 주가 가른다
미래·한투 등 美 현지 법인 비상… 선제적 '리스크 탐지 시스템' 구축 확산
미국 증권업계를 감독하는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가 금융사의 자체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실패를 자진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증권업계를 감독하는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가 금융사의 자체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실패를 자진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증권업계를 감독하는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가 금융사의 자체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실패를 자진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배런스(Barron's)가 지난 20(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FINRA가 지난해(2025) 6월 도입한 '자진신고 시범 프로그램(Self-Reporting Pilot)'은 현재까지 약 30건의 금융 범죄 및 규정 위반 조사를 공식 징계 절차 없이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번 조치는 과도한 제재 비용과 조사 장기화로 인한 시장 왜곡 논란 속에서 규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됐다. 강제 조사에 앞서 금융사가 위반 사항을 먼저 털어놓을 경우 제재 수위를 낮춰주는 월가의 새로운 규제 완화 통로로 부상했다.

법적 비용 89억 달러 육박… '징계 만능주의' 한계에 감독 체계 개편

월가 금융당국이 이처럼 시장 친화적인 '협력형 감독'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제재 비용과 당국의 집행 리소스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FINRA의 합산 제재 규모는 지난 2024년 기준 89억 달러(133800억 원)로 전년 대비 22.3%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일 금융사 기준 수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 폭탄이 일상화되고, 규제 당국의 사실조사 기간마저 평균 2~3년 이상 소요되면서 월가 전반의 경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국은 '사후 적발과 강력 처벌'이라는 기존 문법으로는 고도화되는 금융 범죄를 제때 막지 못한다고 판단해 패러다임 전환을 택했다.

FINRA 집행부의 빌 톰슨 부사장 겸 수석고문은 워싱턴 콘퍼런스에서 "금융사가 자체 시정 조치를 바탕으로 컴플라이언스 결함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이를 최종 처분 수위에 적극 반영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FINRA는 조사 초기 단계에 금융사와 외부 법률대리인을 초청해 소통하는 '본격 미팅'을 정례화했다. 금융사는 공식 자료 제출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벌금 강도를 낮추는 기회로 활용한다.

사실상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조사 결과 공유 미팅'을 추가로 열어 집행부와 금융사가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는지 최종 조율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맷 미너바 FINRA 집행부 부사장 겸 수석고문은 "조사 과정의 뜻밖의 변수를 차단하는 것이 목표"라며 "전 과정에 걸친 시스템 개선 내용을 가감 없이 당국에 전달해야 유익하다"라고 강조했다.

"수년 걸리던 조사 수개월로 단축"… 소송 회피액 수조 원 추산


이번 시범 프로그램은 금융사가 중대한 준법감시 실패를 발견했을 때 당국에 의무 보고하도록 규정한 'FINRA 규정 4530(b)'의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설계됐다. 규제 당국이 무조건적인 처벌 대신 자율 시정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업계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줄리 글린 FINRA 집행부 선임부사장은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한 30여 개 사건을 분석한 결과 통상 수년이 소요되던 조사 절차가 수개월 단위로 단축된 사례가 확인됐다"라며 "금융사가 동시다발적인 압박 소송 부담에서 벗어나 자체 개선에 집중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장기 소송전 회피에 따른 월가 전체의 기회비용 절감액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규제 당국은 자진신고가 완전한 면책권으로 오용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글린 선임부사장은 "프로그램 참여가 FINRA의 정식 조사나 추가 질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아니며 제재 조치가 전면 면제된다는 의미도 아니다"라면서도 "회사가 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조기에 사안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라고 덧붙였다.

美 자율규제 기조 변화… 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가 봐야 할 체크포인트


미국 금융당국의 준법감시 패러다임 전환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강화된 자진신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 증권사에서는 미국 진출을 확대한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사 현지 법인들도 FINRA의 변화된 규제 기조에 맞춰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전면 재정비해야 벌금 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대형 증권사는 미국 법인 내에 현지 적발 전 자체 오류를 잡아내는 '사전 리스크 탐지 시스템'을 별도 구축 중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 시장의 리스크 강도를 파악하고 투자 판단과 연결하기 위해 향후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글로벌 금융사의 분기별 법률 리스크 충당금 적립 비율 추이다. 자진신고로 벌금 규모가 줄어들면 충당금 설정액이 감소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어 밸류에이션 할인이 축소된다.

둘째, FINRA의 공식 제재 건수 대비 자진신고 종결 건수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상승할수록 월가 전반의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시장의 불필요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축소되고 주가 안정성이 높아진다.

셋째,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법인 내부통제 시스템 업그레이드 여부 검증이다. 미국 현지 규정을 위반했을 때 신속한 자진신고 능력을 갖췄는지에 따라 리스크 비용이 줄어 해외 사업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될 수 있다.

글로벌 규제 트렌드가 '사후 적발과 강력 처벌'에서 '사전 예방과 자율 시정'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금융사 스스로 취약점을 먼저 드러내는 방어적 준법감시 능력이 곧 기업 가치를 지키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