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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vs 캐터필러, 美 ITC 2차 조사 착수… 수입금지 공방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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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vs 캐터필러, 美 ITC 2차 조사 착수… 수입금지 공방 전면전

굴삭기·로더 4개 특허 놓고 역습… 캐터필러, 델라웨어 법원·ITC 동시 제소
미국·유럽 4개 법원 전선 확대, 글로벌 건설장비 패권 다툼 '사법 리스크'로 번져
두산밥캣과 캐터필러가 미국 ITC에서 자사 기술 보호를 위해 굴삭기 등 건설장비 수입 금지를 두고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두산밥캣과 캐터필러가 미국 ITC에서 자사 기술 보호를 위해 굴삭기 등 건설장비 수입 금지를 두고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캐터필러의 5월 26일(이하 현지 시각) 제소를 근거로 두산밥캣의 특정 건설장비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 유효 여부를 가리는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는 지난달 30일 ITC가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조사 개시 공고를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두산밥캣이 지난해 12월 캐터필러를 먼저 제소한 지 6개월 만에 반격을 받는 2차 ITC 전선이 열린 것으로, 양대 건설장비 공룡의 특허 전쟁이 수입 통상규제 영역으로 확전됐다.

캐터필러, '지능형 제어기술' 4개 특허 침해 주장


캐터필러가 이번에 문제 삼은 것은 기계 제어 시스템, 유압 성능, 연료 효율, 부드러운 구동 기술과 관련된 4개의 자사 특허다.

구체적으로 두산밥캣의 TL519·TL723·TL923 텔레핸들러, E145·E165 굴삭기, T86 콤팩트 트랙 로더가 이 기술을 무단으로 탑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터필러 측은 성명에서 "두산밥캣이 10년간의 혁신과 꾸준한 투자로 축적한 유효하고 집행 가능한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델라웨어 연방법원 소송과 ITC 제소는 올해 3월 텍사스 법원에서의 맞소송과는 별개의 새로운 전선이다. 3월 소송은 두산밥캣 딜러사인 캔자스주 베리 컴퍼니(Berry Companies Inc.)까지 피고에 포함시켰다.

ITC에 제소된 피고에는 두산밥캣 본사와 북미·멕시코·유럽·프랑스·인도 법인 등 6개 계열사가 망라됐다.

ITC 조사는 통상 15~18개월이 소요되며, 연방법원 소송보다 결론이 빠르다. 미국 무역법 337조에 따른 수입금지 명령이 내려질 경우 효력은 즉시 발생한다.

두산밥캣의 선공, 美·유럽 4개 법원 동시 전선


이번 분쟁의 발단은 두산밥캣이 먼저 칼을 뽑은 데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2월 2일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법, ITC, 유럽 통합특허법원(UPC), 독일 연방법원 등 4개 법원에 총 14개 특허 침해 소장을 일제히 제출했다.
침해를 주장한 특허에는 스틱스티어(원격 조이스틱 제어), E-펜스(지오펜싱 안전 소프트웨어), 유압 구동 자동 변속, 리프트암 안전 구역 설정, 엔진 속도 가변 제어 등이 포함된다.

두산밥캣 소장은 "캐터필러가 스키드스티어 로더 시장에 1999년에야 진입한 후발 주자로, 스스로 혁신하는 대신 밥캣의 기술을 가져다 불공정 경쟁에 나섰다"고 적시했다.

두산밥캣이 1957년 세계 최초로 소형 로더를 개발한 뒤 약 40년이 지나 시장에 뛰어든 캐터필러가 경쟁사 장비를 분해·역설계해 기술을 복제했다는 주장이다.

캐터필러는 1월 ITC에 제출한 공개이익 진술서에서 두산밥캣의 수입금지 요청이 허용될 경우 미국 경제와 인프라 사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캐터필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글로벌 건설장비 파이낸싱 판매 1위를 기록한 업계 최대 기업으로, 공급망 차질이 전국 인프라 공사와 렌털 사업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美 의회 대리전까지 번진 정치적 분쟁


ITC 조사 개시를 전후해 연방 의원들이 양측을 지지하는 서한을 위원회에 제출했다. 두산밥캣 주요 생산 거점이 있는 미네소타·노스캐롤라이나 지역 의원들은 두산밥캣의 미국 내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를 강조했고, 캐터필러 본사가 이전한 텍사스주의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일부 의원들은 캐터필러를 지지하며 지역경제 보호를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 간 대결 구도로 단순화될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한다. 두산밥캣 역시 미국 내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현지 고용에 기여하고 있어 국적 논리로 갈리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건설장비 업계에서 특허 분쟁의 선례로는 존 디어 계열사 비르트겐이 캐터필러를 상대로 제기한 콜드밀링 기술 소송이 있다.

미국 델라웨어 연방 배심원단은 캐터필러의 도로 밀링 기계가 비르트겐의 특허 5개를 침해했다고 판정, 1290만 달러(약 198억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고 판사는 여기에 650만 달러(약 100억 원)를 추가로 부과하면서 침해 기계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 두산밥캣과 캐터필러는 텍사스 연방법원, 델라웨어 연방법원, 2건의 ITC 조사, 유럽 통합특허법원, 독일 법원 등 6개 전선에서 동시에 맞붙고 있다.

두산밥캣은 캐터필러의 새 맞소송에 대해 아직 공식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로, "자사 혁신 기술에 확신을 갖고 있으며 법정에서 입장을 지킬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ITC 최종 판정이 나오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두산밥캣의 주가와 미국 시장 전략에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