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시진핑 노쇼와 미-중 정상회담 취소 우려
미·중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건강 상태가 외교가의 최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발단은 지난 9월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만찬이었다. 각국 정상이 총집결한 공식 외교 무대에서 시 주석이 행사 직전 불참을 통보하고 왕이 외교부장을 대신 참석시키면서, 73세 최고 권력자의 신변 이상설이 순식간에 번졌다.
해외 SNS와 반체제 진영을 중심으로 ‘뇌졸중 투병설’과 ‘긴급 입원설’ 같은 극단적인 루머가 확산되며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었다. 비록 인도 외교부가 이를 “가짜 뉴스”라며 일축하고, 시 주석이 귀국 전용기 트랩을 직접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공식적인 회담 취소 발표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긴장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 취소 우려가 이토록 증폭된 근본 원인은 단순한 회담 일정 차질을 넘어, 시진핑 1인 지배체제에 내재된 가장 위험한 뇌관인 ‘공인된 후계자의 부재’를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덩샤오핑 이후 유지되던 집단지도체제와 ‘격대지정(차차기 지도자 사전 지명)’ 규범을 허물고 3연임을 강행한 결과, 시 주석의 건강 이상은 곧장 ‘권력의 진공 상태’이자 체제 붕괴의 서막으로 직결된다. 만약 시 주석의 신체적 유고가 현실화된다면 권력 승계의 칼자루는 과연 누구에게 향할 것인가.
공산당 법적 승계 절차의 허상: 국가주석과 당·군의 괴리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제84조는 국가주석이 궐위될 경우 국가부주석이 그 직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가부주석은 한정(韓正)이다. 만약 주석과 부주석이 모두 궐위될 경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자오러지)이 잠정 승계한다. 이는 대외적 국가 수반 타이틀에 국한된 헌법적 형식에 불과하다. 중국 권력 구조의 본질은 ‘당이 국가와 군대를 지배한다’는 원리에 있다. 실질적 최고 권력의 정점은 중국공산당 총서기(당권)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군권)에 집중되어 있다.
한정 국가부주석은 이미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7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떠난 인물이다. 당규와 권력 관행상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직은 현역 상무위원 중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상 승계 절차는 권력 투쟁을 거쳐 당과 군을 장악한 실질적 승자가 공식 국가주석 타이틀을 넘겨받기 전까지 거치는 과도기적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시진핑 유고 시 권력 승계의 실질적 전장은 현행 7인 상무위원회 내부다. 시 주석을 제외한 6인의 상무위원 중 차기 권력에 가장 근접한 인물들의 득실은 극명하게 엇갈린다.최고 권력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딩쉐샹이다.그는 1962년생으로 상무위원 중 유일한 60대 초중반이다. 리창(1959년생)이나 차이치(1955년생) 등 다른 상무위원들이 시 주석과 비슷한 고령으로 차기 장기 집권을 담보하기 어려운 반면, 딩쉐샹은 향후 10년 이상의 통치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비서실장에서 행정 실무자로: 시진핑의 상하이 당서기 시절부터 복심으로 활동했으며, 중앙판공청 주임으로서 시 주석의 일정과 보안, 인사를 총괄했던 ‘문고리 권력’ 출신이다. 현재 국무원 상무부총리를 맡아 거시경제와 내각 행정을 총괄하며 정무적 약점까지 보완했다.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고 관료 사회 내 적이 적어 당내 타협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실질적인 권력 통제력 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차이치다.그는 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 중앙판공청 주임, 중앙당교 교장을 겸직하며 당의 일상 운영과 고위 관료 사정, 사상 교육을 한 손에 쥐고 있다. 지도부의 물리적 신변을 경호하는 중앙경위국까지 그의 관할 아래 있다. 1955년생으로 이미 고령이며, 시진핑에 대한 과잉 충성 행보와 베이징 당서기 시절 추진한 강경 철거 조치 등으로 관료 사회의 저항감이 크다. 전면에 나서는 1인자보다는 시진핑 사후 정국을 장악하고 킹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최종 열쇠는 군부(軍權), 집단지도체제로의 잠정 회귀
권력 승계의 최종 향방은 언제나 총구(銃口)가 결정한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장유샤(張又俠)와 허웨이둥(何衛東)의 선택이 절대적이다. 장유샤는 시진핑과 유년 시절부터 얽힌 혁명 2세(태자당) 군맥의 좌장이자 실전 전투 경험을 보유한 군부 최고 실세다. 시 주석의 유고가 발생할 경우, 인민해방군은 민간 관료 출신인 딩쉐샹이나 차이치의 일방적 독주를 용인하기보다는 군사위 주석직의 배분과 승계 과정에 직접 개입해 자파의 안위를 도모할 공산이 크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과도기 승계 시나리오는 ‘집단지도체제로의 잠정 회귀’다.
딩쉐샹이 세대교체 명분을 업고 총서기직을 맡아 당무를 이끌고,차이치가 당 조직과 감찰 권력을 쥐며 균형을 맞추고,리창이 총리로서 경제 혼란을 수습하며,군부 원로와 군사위 부주석들이 군권을 유지하는 형태의 ‘상무위원 과두 체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1인에게 절대 권력이 집중될수록 정상의 작은 기침 소리에도 제국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취소 우려를 자극한 이번 건강이상설 소동은, 굳게 닫힌 중난하이의 장막 뒤에서 차기 패권을 노리는 승계 방정식이 이미 물밑에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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