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헤르모시요 공장에 해리스매 ‘엘 차로’ 투입
300차례 넘게 비행…차량·설비 오염시키던 비둘기 활동 급감
300차례 넘게 비행…차량·설비 오염시키던 비둘기 활동 급감
이미지 확대보기연간 30만대가 넘는 픽업트럭과 SUV를 생산하는 포드자동차의 멕시코 공장에 특별한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직원 4300명과 함께 일하는 이 경비원은 사람이 아니라 ‘엘 차로’라는 이름의 해리스매다. 수년간 공장 안으로 몰려들어 차량과 생산설비를 오염시키던 비둘기를 쫓기 위해 포드가 투입한 맹금류다.
특히 해리스매는 일반적인 매보다 사회성이 강해 여러 마리가 협동 사냥을 하기도 하고 사람과의 훈련에도 비교적 잘 적응해 매사냥이나 유해조류 퇴치에 많이 활용되는 것을 알려졌다.
엘 차로가 300차례 넘게 공장 주변을 순찰한 결과 관리지역에서 비둘기를 비롯한 조류 활동 흔적이 약 80% 감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소리·가짜 포식자 눈도 비둘기에 안 통해
포드의 헤르모시요 조립공장은 미국 국경에서 약 282㎞ 떨어진 멕시코 북부에 있다. 약 112만㎡ 규모의 이 공장은 연간 3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한다.
그러나 공장 관리자들은 수년간 비둘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비둘기들이 공장 내부로 들어오면서 근로자의 위생 문제를 일으키고 조명과 생산설비에도 영향을 줬다. 갓 도색한 차량에 묻은 새 배설물을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포드는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대형 맹금류의 울음소리를 틀어보고 비둘기가 자주 모이는 장소에는 포식자의 눈 모양을 본뜬 장치도 설치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둘기들은 오랫동안 공장 환경에 익숙해져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안으로 날아 들어갈 정도였다.
포드에서 25년간 근무한 헤수스 테란 헤르모시요 공장 중앙정비 책임자는 “공장 안에 새가 들어오면 많은 위험이 생긴다”고 말했다.
◇마지막 선택은 전통적인 ‘매사냥’
포드가 선택한 해결책은 현대적인 전자장비가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진 매사냥이었다.
훈련된 매나 다른 맹금류를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날려 비둘기 등 작은 새가 해당 지역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목표는 비둘기를 잡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천적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보여줘 스스로 떠나도록 하는 것이다.
포드가 처음 투입한 해리스매 ‘찰리노’는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사고를 냈다. 공장을 순찰하던 중 다른 매와 마주친 뒤 두 마리가 함께 날아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7월 새로운 해리스매 엘 차로가 투입됐다. ‘차로(charro)’는 멕시코 전통 복장을 한 카우보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후 2~3시간씩 공장 순찰
엘 차로는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먹이를 먹는다.
통상 오후에 출근해 하루 2~3시간 공장 주변을 날아다닌다. 하루에 공장 외부의 절반가량을 돌면서 비둘기가 자주 나타나는 곳을 찾아내고 둥지가 발견되면 포드 직원들이 이를 제거한다.
포드에 따르면 엘 차로는 지금까지 300회 이상 비행했으며 총 비행시간은 1170시간을 넘었다.
그 결과 공장 주변 관리지역에서 확인되는 조류 활동 흔적은 약 80% 감소했다.
테란 책임자는 “매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공항·쓰레기매립장에서도 맹금류 활용
맹금류를 이용해 다른 새를 쫓는 방식은 헤르모시요 공장만의 사례가 아니다.
공항에서는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맹금류를 이용하기도 한다. 쓰레기매립장에서는 갈매기가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매사냥 전문가를 고용하고 와이너리에서는 과일을 먹는 새를 쫓는 데 활용한다.
맹금류 연구재단 부회장이자 공인 매사냥 전문가인 제니퍼 콜슨은 최근 독극물 등을 이용해 새를 죽이는 대신 맹금류를 이용해 쫓는 방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콜슨은 “목표는 먹잇감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겁을 줘 다시 돌아오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효과를 유지하려면 맹금류가 반복해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리스매는 공장과 같은 환경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맹금류와 달리 사회성이 강해 사람과 함께 훈련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먹잇감을 찾아 사냥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도 인기…퇴직 계획은 아직 없어
헤르모시요 공장 직원들 사이에서도 엘 차로는 인기다.
엘 차로가 조련사와 함께 나타나면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직원이 많다고 WSJ는 전했다.
포드는 현재 엘 차로의 활동을 중단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비둘기 개체 활동을 억제하려면 매가 계속 공장을 순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란 책임자는 “엘 차로는 이곳에서 매일 날아야 한다”고 말했다.
첨단 자동차 생산시설에서 각종 기계와 자동화 기술로 해결하지 못했던 비둘기 문제를 수천 년 역사의 매사냥 방식이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