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얼어붙은 북극해 뚫은 2758TEU 국적선…초고령 부산항 미래 뱃길 열다

글로벌이코노믹

얼어붙은 북극해 뚫은 2758TEU 국적선…초고령 부산항 미래 뱃길 열다

- 국적 컨테이너선 최초 북극항로 완주…수에즈 경유 대비 운항 거리 30~40% 단축
- 12월 특별법 시행과 2028년 해사법원 설립…철도·신공항 잇는 극지 복합 물류 거점 육성
- 차세대 쇄빙선 건조 속 한화오션 1조원대 중재 청구 직면…환경 규제·수심 한계 극복이 과제
2026년 8월 22일 한국 국적 선사 팬스타의 2758티이유(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아크로호가 부산항을 떠나 북극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항에 입항했다. 사진=해양수산부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8월 22일 한국 국적 선사 팬스타의 2758티이유(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아크로호가 부산항을 떠나 북극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항에 입항했다. 사진=해양수산부

2026년 8월 22일 한국 국적 선사 팬스타의 2758티이유(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아크로호가 부산항을 떠나 북극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항에 입항했다.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거리를 30%에서 40% 줄이는 새 바닷길을 시험 운항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 대안 항로의 상업적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다.

이번 항해는 주민 20% 이상이 65세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극지 물류에서 찾고, 조선과 해운 산업 가치사슬을 북극권으로 넓히는 분수령이 됐다.

부산항 북극항로 개척 속도


캐나다 국영 라디오 방송(RCI)의 극지 전문 매체 아이 온 디 아틱(Eye on the Arctic)은 2026년 10월 2일(현지시각) 한국 정부가 부산항의 장기 도약을 위해 북극 바닷길 진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처리량 기준 세계 7위이자 환적 화물 기준 세계 2위 항만이다. 그러나 생산인구 유출과 급속한 고령화로 지역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바다 너머 북극해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정부는 북동항로와 북서항로, 극점통과항로를 아우르는 3대 축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5월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은 오는 12월 17일 시행된다. 법안에 따라 극지 해운과 조선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위원회가 출범하고, 부산권을 극지 연구와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 지원이 본격화한다.

글로벌 해상 교란과 인프라 확충


기후변화와 지정학 충돌은 글로벌 선사들을 새로운 바닷길로 이끌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가뭄에 따른 통항 제한으로 컨테이너당 저수위 할증료가 100달러(약 13만 4900원)에서 320달러(약 43만 1680원)로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분쟁 역시 운임 불확실성을 키웠다. 과학계는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2030년 무렵 북극해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팬스타아크로호는 중고차를 싣고 유럽으로 떠났으며 복귀 항차에는 빈 컨테이너를 싣고 귀항길에 올랐다. 선박은 귀항 도중 9월 17일과 18일 폴란드 그단스크항에 기항했다. 서명원 팬스타아크로호 선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극지 코드에 따라 결빙 해역 내 안전 속도인 12노트를 유지하느라 일정 지연 위험이 상존했고, 매일 1시간씩 바뀌는 시차로 피로가 누적됐다고 말했다.

제도와 물리적 인프라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최초의 해사·국제상사 전문 법원은 2028년 3월 부산과 인천에 문을 연다. 액체 화물 전문인 울산항과 부산항을 잇는 철도망을 강화하고, 2035년 개항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해 해상·항공·육상을 잇는 복합 물류 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조선 쇄빙 기술력과 통상·규제 과제

극지 항로 확장은 고부가가치 특수선 건조 역량을 갖춘 한국 조선업계와 직결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9월 11일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차세대 쇄빙연구선 기공식과 강재 절단식을 열었다. 이 선박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에 2029년 12월까지 인도돼 2030년부터 북극 조사에 집중 투입된다.

기존 아라온호와 함께 운용하면 연구선의 연간 극지 운항 일수는 85일에서 270일로 늘어난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도 스웨덴 해사청이 발주한 쇄빙선을 건조 중이다.

다만 외교 안보 갈등과 운항 환경 한계는 실질적 과제다. 한화오션은 과거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용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했으나, 러시아 아틱 LNG 2 프로젝트용 쇄빙선 6척은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로 인도가 제한됐다.

이에 러시아 발주처는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에 10억 2000만 달러(약 1조 3759억 8000만 원) 규모 중재를 청구했다. 국적 대형 선사인 HMM이 북극해의 얕은 수심 탓에 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 어렵다고 보고 북극항로 상용화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시험 운항은 동절기 결빙과 기상 악화 속에서 실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는 실증 단계다. 정부는 2030년 하절기 상업 운항 시작을 목표로 실측 자료 분석에 착수했으며, 국제해사기구의 극지 친환경 연료 의무화 규제 정비 흐름에 맞춰 실질적인 지원 기준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