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비우 47.03%로 1차 선두…FT·블룸버그, ‘보우소나루 가문 복귀’와 룰라 시대 지속 여부에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브라질 대통령선거가 단순한 좌우 대결을 넘어 지난 20여년간 브라질 정치를 이끌어온 ‘룰라 시대’의 지속 여부와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치적 부활을 가르는 승부로 압축됐다.
극우 성향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가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제치면서 오는 25일(이하 현지시각) 열리는 결선투표의 정치적 의미도 한층 커졌다.
지난 4일(현지시각)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개표가 사실상 완료된 가운데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유효투표의 47.03%인 약 5610만표를 얻었다. 룰라는 45.16%, 약 5388만표를 기록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두 후보는 25일 다시 맞붙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과를 각각 ‘보우소나루 가문의 놀라운 복귀’와 ‘룰라 시대의 종말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5일 분석했다.
불과 1년 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패배 뒤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수감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보우소나루 가문이 장남 플라비우를 앞세워 다시 대통령 권력의 문턱까지 돌아왔다는 것이다.
반면 올해 80세인 룰라는 통산 네 번째 대통령 임기를 노리고 있지만 1차 투표에서 예상 밖 2위를 기록하며 장기간 이어진 정치적 영향력의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 여론조사 뒤집은 플라비우…보우소나루 가문 다시 권력 중심으로
이번 1차 투표 결과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와 달랐다.
FT는 이를 보우소나루 가문의 예상 밖 정치적 복귀로 평가했다.
플라비우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만큼 전국적인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보우소나루 가문 내부의 갈등과 금융사기 사건 관련 논란 등 여러 악재도 있었다.
그럼에도 플라비우는 아버지가 구축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1차 투표에서 룰라를 앞섰다.
FT는 “플라비우의 선전은 후보 개인에 대한 강한 지지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룰라와 노동자당(PT)에 대한 반감, 중남미 각국에서 나타난 우파 정치세력의 약진, 오랫동안 브라질 정치 중심에 있었던 룰라에 대한 유권자 피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플라비우 역시 높은 비호감도를 안고 있고 아버지와 같은 대중적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1차 투표 결과는 플라비우 개인의 압도적 인기라기보다 브라질 유권자 상당수가 기존 정치질서의 변화를 선택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 블룸버그 “브라질, 룰라 시대 종말 가능성과 마주”
블룸버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선거를 ‘룰라 시대’ 자체에 대한 심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봤다.
룰라는 지난 2003년 대통령에 처음 취임한 이후 직접 집권하거나 노동자당을 통해 20년 넘게 브라질 정치의 중심에 서왔다.
2018년 수감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유죄 판결이 무효화됐고 2022년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꺾으며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통산 네 번째 임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현직 대통령이 도전자에게 뒤지면서 그동안 이어져 온 룰라 중심의 브라질 좌파 정치질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블룸버그는 두 후보 모두 상당한 유권자 거부감을 안고 있지만 이번 1차 투표 결과가 룰라에게 특히 어려운 정치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룰라가 오랜 정치경력과 노동자당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다시 표를 결집할지, 플라비우가 1차 투표에서 나타난 정권교체 요구를 결선까지 이어갈지가 앞으로 3주간 선거운동의 핵심이 됐다.
◇ 아버지는 수감됐지만 ‘보우소나루주의’는 살아남았다
이번 선거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정치적 퇴장과 보우소나루 정치세력의 소멸이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브라질판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한 뒤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구축한 보수 정치세력은 아들 플라비우를 통해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인했다.
FT가 이번 상황을 ‘보우소나루 왕조의 복귀’로 표현한 이유다.
플라비우는 친기업적 경제개혁과 보수적 사회정책, 강력한 범죄 대응을 강조하면서 아버지의 핵심 정치노선을 상당 부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석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혀왔다.
FT는 플라비우가 집권할 경우 아버지 문제를 둘러싸고 사법부 등 브라질 주요 기관과 새로운 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결선은 단순한 여야 정권교체 여부뿐 아니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이후 브라질 우파 정치가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를 결정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 결선 핵심은 ‘룰라 반대표’ 어디로 향하나
결선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는 1차 투표에서 두 후보 이외의 후보를 선택했던 유권자들의 표다.
FT는 플라비우가 중남미 전반의 우파 약진이라는 흐름 속에서 선전했으며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중도·우파 후보 지지층의 선택이 결선에서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룰라는 결선까지 남은 기간 자신의 기존 지지층을 다시 투표장으로 끌어내고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두 후보 모두 강한 지지층과 높은 거부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결선은 단순한 지지층 확대뿐 아니라 상대 후보에 반대하는 유권자를 누가 더 많이 흡수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플라비우는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브라질은 변화를 원한다”며 노동자당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는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선거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25일 결선, 한 시대의 지속이냐 가문의 귀환이냐
이번 브라질 대선은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룰라는 80세로 브라질 좌파 정치의 상징적 인물이다. 플라비우는 45세로 아버지 세대가 만든 보수 정치운동을 이어받았다.
한쪽에는 20년 넘게 브라질 정치 중심에 있었던 룰라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한때 정치적 몰락 위기에 처했던 보우소나루 가문의 후계자가 있다.
FT가 이번 선거를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치적 복귀로, 블룸버그가 룰라 시대의 종말 가능성을 묻는 선거로 바라본 것도 이 때문이다.
25일 결선 결과에 따라 브라질은 룰라 중심의 정치질서를 한 차례 더 이어가거나 보우소나루 가문을 다시 대통령 권력의 중심으로 불러들이게 된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1차 투표가 확인한 것은 어느 쪽도 브라질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3주간의 결선 선거운동은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을 선택하는 경쟁을 넘어 지난 20여년의 브라질 정치질서가 계속될지, 새로운 우파 정치질서로 넘어갈지를 가르는 승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