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김대호 인물탐구] 니코 카프레즈: 스키 활강선수에서 엔비디아 '인프라 금융' 부사장까지
엔비디아에 새 인물이 떴다. 젠슨 황을 이을 엔비디아의 후계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화제의 인물은 니코 카프레즈(Nico Caprez)다. 그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사위다. 최근 엔비디아의 글로벌 AI 인프라 성장(Global AI Infrastructure Growth) 부문 부사장에 올랐다. 입사 23개월 만에 중간 관리자 직급인 수석이사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바로 승진했다.
스위스 알프스의 프로 스키어
그는 청소년기를 거치며 스위스 국가대표 알파인스키 선수로 공식 발탁되었다. 국제스키연맹(FIS) 주관 대회와 유럽 주요 레이스에 출전하며 활강(Downhill), 슈퍼대회전(Super-G), 대회전(Giant Slalom), 회전(Slalom) 등 스피드 종목과 테크니컬 종목 전반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활강과 슈퍼대회전은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으로 급경사를 주파하는 고난도 종목이다.
카프레즈는 2010년대 초반까지 스위스 국기를 달고 국제 경기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2013년 공식적으로 스키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20대 초반에 스포츠 선수의 길을 정리하고 경영학과 비즈니스 분야로 완전히 진로를 전환했다.
런던비즈니스스쿨 MBA
선수 은퇴를 전후하여 그는 유럽 유수의 경영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진행했다. 학부 과정은 모국인 스위스의 명문 공립대학인 장크트갈렌 대학교(University of St. Gallen, HSG)를 선택했다. 장크트갈렌 대학교는 유럽 대륙 내에서 경영학 및 금융 분야 최고 수준의 학부 프로그램을 보유한 곳으로 꼽힌다. 그는 이곳에서 경영학 학사(Bachelor of Arts in Business Administration) 학위를 취득했다.
학부 졸업 후 실무를 거친 카프레즈는 2019년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LBS)의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입학했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글로벌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세계적 비즈니스스쿨이다. 이 유학 시절은 카프레즈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었다. LBS 동문으로 만난 인물이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장녀 매디슨 황(Madison Huang)이었다. 두 사람은 MBA 재학 중 교제를 시작했으며, 2021년 나란히 LBS MBA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했다.
메디슨 황 운명의 만남
BCG 컨설팅과 사모펀드 애널리스트, 카프레즈 비즈니스 커리어는 전략 컨설팅과 금융 투자 분석이라는 이 두 축으로 요약된다. 장크트갈렌 대학교를 졸업한 뒤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취리히 오피스였다. 카프레즈는 BCG에서 컨설턴트로 재직하며 다국적 민간 기업과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 성장 전략 수립, 사업 구조 개혁, 운영 효율화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거시 산업 분석과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21년 LBS MBA 과정을 마친 직후에는 독자적인 금융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대체투자 및 롱숏 에쿼티 자산운용사인 피스퀘어드(PSquared Asset Management)에 합류했다. 피스퀘어드에서 투자분석가(Investment Analyst)로 근무하며 유럽 자본시장 리서치, 상장 및 비상장 기업 밸류에이션 모델링, 지분 투자 심사 등 전문 자본시장 실무를 담당했다. 경영 컨설팅의 전략적 시각 위에 헤지펀드·사모펀드 업계의 정밀한 재무 구조화 분석력을 덧씌운 셈이다.
카프레즈가 엔비디아 본사에 합류한 시점은 2024년 2월이다. 첫 직책은 기업개발(Corporate Development) 부서의 매니저였다.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의 기업개발 조직은 제품 마케팅이나 기술 연구개발(R&D)과 분리되어 전략적 지분 투자, M&A 검토, 글로벌 기업 간 제휴를 실행하는 전략 부서다.
카프레즈는 대만 AI 스타트업 메타이(MetAI)에 대한 전략적 투자 및 엔비디아의 산업용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 생태계 확장 프로젝트 등에 관여하며 실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개발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아니라, 기술과 외부 자본을 연결하는 사업 개발자의 직무였다.입사 만 23개월이 지난 2026년 1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었다. 통상 수년이 소요되는 수석이사(Senior Director) 직급을 건너뛰고 '글로벌 AI 인프라 성장(Global AI Infrastructure Growth)' 부문 부사장(Vice President)으로 전격 승진한 것이다.
승진에 앞서 카프레즈는 엔비디아 황가(黃家)의 일원이 되었다. 그는 LBS MBA 동문이자 연인이었던 매디슨 황과 교제를 이어오다 2026년 9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 배우자 매디슨 황: 런던비즈니스스쿨 MBA를 취득한 뒤 엔비디아에 입사하여 경력을 쌓았으며, 2026년 3월 피지컬 AI(Physical AI, 로봇 및 실물 환경 연계 인공지능)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로 승진해 재직 중이다.
- 장인 젠슨 황: 엔비디아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 처남 스펜서 황: 젠슨 황의 장남으로, 엔비디아 내부에서 제품 관련 실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2026 회계연도 기준 연간 매출이 2,159억 달러에 달하고, 2026년 2분기 단일 분기 매출만 962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 매출의 90% 이상이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1기를 건설하고 가동하는 데는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신생 AI 특화 클라우드 기업(Neocloud)들은 기술 도입 의지는 강하지만, 최고가 GPU 칩셋을 대량 구매할 만한 자체 신용등급이나 현금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카프레즈 부사장의 핵심 역할은 바로 이 자금 병목을 뚫는 'AI 인프라 금융 구조화'에 있다
GPU의 금융 담보 자산화: 엔비디아 칩셋(Grace Blackwell, Vera Rubin 등)을 단순한 소모성 하드웨어가 아니라 장기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금융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의 대출 및 리스 프로그램을 결합시키는 구조를 설계
5,000억 달러 글로벌 금융 플랫폼 실무 총괄: 엔비디아는 2026년 8월 아폴로(Apollo),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브룩필드(Brookfield), 골드만삭스, KKR 등 월가 메이저 대체투자 운용사들과 함께 AI 컴퓨팅 인프라에 5,000억 달러 이상의 외부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금융 플랫폼을 발표했다. 카프레즈는 이 금융 구조를 현장에서 조율한 주무 부사장이
호주 퍼머스(Firmus) 프로젝트와 미래 매출 공유: 호주 AI 클라우드 기업 퍼머스가 약 17만 개의 엔비디아 칩(추산 규모 150억 달러 이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 조달을 설계하고, 그 대가로 향후 클라우드 인프라 운용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엔비디아가 직접 배분받는 파트너십을 성사시켰다. 블랙스톤의 AI 담당 고위 관계자와 브룩필드의 AI 인프라 책임자 등 월가 핵심 인사들은 GPU 담보 대출 및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자금 조달 협상에서 젠슨 황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 카프레즈와 직접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니코 카프레즈의 궤적은 스위스 알프스의 설원 위를 달리던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가 유럽의 경영학 교육을 거쳐 자본시장의 리스크 구조화 기법을 체득한 뒤, 세계 테크 산업의 정점에서 가장 거대한 딜을 성사시키는 전문 금융인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준다.입사 23개월 만의 부사장 승진과 직급 건너뛰기는 젠슨 황과의 가족관계라는 배경을 분리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엔비디아 내부에서 부여받은 임무는 단순한 의전성 보직이 아니다. GPU를 하드웨어로 단순 납품하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월가의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고객사의 구매 자금을 마련해주고 미래 클라우드 수익을 공유하는 'GPU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최전선 실무다.
스위스 국가대표 스키어, BCG 컨설턴트, 사모펀드 투자분석가, 그리고 젠슨 황의 사위이자 엔비디아 부사장이라는 이례적인 경력의 결합체인 니코 카프레즈는, 지금 엔비디아가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AI 금융·인프라 플랫폼 제국으로 도약하는 거대한 구조적 전환점의 중심에 서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