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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맘다니 뉴욕시장 "부동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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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맘다니 뉴욕시장 "부동산 전쟁"

조단 맘다니 뉴욕 시장/ 사진=뉴욕시 이미지 확대보기
조단 맘다니 뉴욕 시장/ 사진=뉴욕시

조란 맘다니와 ‘세컨드하우스세’의 거대한 실험


오늘날 전 세계 대도시들은 심화하는 재정 적자와 주택 난민 문제라는 거대한 암초 앞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글로벌 자본의 용광로이자 상업·금융의 메카인 뉴욕시는 그 화려한 명성 이면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와 빈부격차라는 구조적 모순을 품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수십, 수백만 달러짜리 콘도가 한 해의 몇 달만 머물다 가는 호화로운 ‘별장(Pied-à-Terre)’에 불과하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은 치솟는 임대료에 밀려 정든 도시를 떠나야 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의 중심에서 기존의 정치 문법을 완전히 뒤엎으며 뉴욕시의 권력을 거머쥔 인물이 있다. 바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시장이다. 그가 꺼내 든 칼끝은 타주에 거주하면서 뉴욕에 호화 주택을 소유한 초부유층을 향하고 있다. 이른바 ‘세컨드하우스세’ 도입과 전방위적인 재산세 감면 혜택 박탈 조치는 전 세계 자산가들과 자본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조란 맘다니는 누구인가

조란 맘다니는 1991년생으로, 기성 정치권의 문법을 거부하며 바닥에서부터 돌풍을 일으킨 젊은 진보 정치인의 상징이다. 우간다 출신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인 아버지 마무드 맘다니와 영화감독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태생적으로 지적이고 진보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보스턴 칼리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뉴욕으로 돌아와 주거권 운동가로 활동하며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명확히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20년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기성 정치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당선되며 정계의 이단아로 부상했다. 당시 그는 퀸즈 지역의 세입자들을 대변하며 주거 안정, 퇴거 유예, 그리고 부유층에 대한 대대적인 증세를 부르짖었다.

주 하원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그는 민주당 내 급진파 진영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며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뉴욕시장 선거에서 기존 정치 세력의 우려와 기득권층의 반발을 뚫고 승리를 거머쥐며, 뉴욕이라는 거대 글로벌 도시의 행정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다. 그는 이념에만 갇힌 이론가라기보다는, 치밀한 대중 동원력과 선동적이지만 명확한 경제적 메시지를 결합할 줄 아는 실천가형 정치인에 가깝다.

주거 정의와 부의 재분배


조란 맘다니가 시장 취임 이후 일관되게 추진하는 정책 목표의 핵심은 한마디로 ‘주거권의 공공성 회복과 대(對)부유층 증세를 통한 복지 재원 확보’로 요약된다. 그의 경제·사회적 철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자율성보다는 자원 배분의 공정성과 국가(지방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정당화하는 복지 국가 모델에 가깝다.
그의 정책 비전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1. 주거를 상품이 아닌 기본권으로 규정: 뉴욕시의 살인적인 집값과 임대료 상승은 서민들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는 주범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2. 부유층과 자본에 대한 조세 정의 실현: 뉴욕시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메우고 공공 인프라와 서민 주거 복지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도시에 실거주하지 않으면서 부동산을 투기나 별장 용도로 보유한 자산가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논리다.

  3. 행정의 투명성과 기득권 카르텔 타파: 부유층이 제도의 허점과 행정적 공백을 이용해 누려왔던 각종 세제 혜택과 감면 구조를 정밀하게 해부하고 박탈함으로써, 조세 행정의 형평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컨드하우스세’ 공격과 자산가들을 향한 세금 폭탄의 실체이러한 정책 목표가 가장 폭발력 있게 현실화된 것이 바로 최근 뉴욕시가 도입한 ‘세컨드하우스세(Pied-à-Terre Tax)’와 고강도 거주 자격 감사다.뉴욕시는 주 거주지가 뉴욕시 외부에 있으면서 시내에 500만 달러(약 67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 세컨드하우스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사실상 ‘별장세’ 격인 이 제도는, 도시에 머물지 않으면서 자산 증식이나 일시적 체류 목적으로 주택을 비워두는 부유층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맘다니 행정부는 타주(예: 플로리다 등 세금이 유리한 지역)로 주거지를 옮겼음에도 과거 뉴욕 거주자용 재산세 감면 혜택을 중복으로 받아온 자산가들을 샅샅이 감사하는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금까지의 감사로만 무려 1만 가구에 달하는 세금 감면 대상 자격이 박탈되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맨해튼 아파트에 적용되던 연간 재산세 감면 혜택을 잃고 부당 수령액을 소급 납부해야 했던 사건은 이 제도의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향후 세컨드하우스세까지 더해져 기존 재산세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연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사모펀드(서버러스캐피털)와 헤지펀드(레드우드캐피털) 등 월가의 내로라하는 금융 거물들 역시 플로리다로 이주한 상태에서 뉴욕 감면 혜택을 받아오다 적발되어 철퇴를 맞았다.

포퓰리즘적 성과주의인가, 불가피한 개혁인가


조란 맘다니의 이 같은 과감한 조세 공세는 찬사와 비판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거대한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기득권 부유층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세금 감면을 누리던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거둬들인 세수를 통해 뉴욕시의 재정 난국을 타개하며 서민들을 위한 주거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조세 정의’의 실현으로 평가받는다. 비판적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급진적 증세와 이중 과세는 타주에 거주하며 뉴욕 경제에 막대한 자본을 유입해 온 상류 자본과 고액 납세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 또한, 주택 소유주들이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시행 절차에 제동을 거는 등 행정적 혼란과 소송 난맥상이 이어지면서, 제도의 치밀함이 결여된 포퓰리즘적 처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란 맘다니의 등장과 그가 주도하는 ‘세컨드하우스세’ 파동은 단순히 뉴욕시라는 한 지역의 해프닝을 넘어선다. 이는 전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지에서 부의 편중과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대한 역사적 실험이다.부유층의 도덕적 해이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공평 과세를 관철하겠다는 맘다니의 행보는 대중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동시에 자본의 이동성과 시장의 반응이라는 냉혹한 경제적 현실과 부딪히고 있다. 이 급진적인 개혁이 뉴욕의 재정을 살리고 진정한 주거 정의의 모델이 될지, 아니면 자본 이탈과 행정적 혼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지금 맨해튼의 상공을 향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