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스터 20만달러·타입 01 13만달러부터…벤틀리·페라리도 초고가 전기차 출시
포르쉐 타이칸 판매 31% 감소·루시드도 부진…내연기관 선호 고객 확보 관건
포르쉐 타이칸 판매 31% 감소·루시드도 부진…내연기관 선호 고객 확보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테슬라, 재규어, 벤틀리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10만달러(약 1억3320만원)를 넘는 초고가 전기차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저렴한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서방 자동차업체들이 고성능과 고급화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존 고급 스포츠카 구매자들은 강력한 엔진의 소음과 진동, 독특한 주행 감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전기차 시장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이하 현지시각) 테슬라가 최소 20만달러(약 2억6640만원)에 판매할 차세대 로드스터를 이날 밤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첫 번째 자동차였던 로드스터를 계승한 신형 모델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약 97㎞까지 가속하는 데 1초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가속 성능은 일반적인 고성능 스포츠카를 넘어 드래그 레이싱 차량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실제 양산 차량에서 구현될지는 공개 이후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테슬라 로드스터 2억6000만원…재규어도 1000마력 전기차
테슬라의 로드스터 공개는 재규어가 고성능 전기차 타입 01을 선보인 지 약 일주일 만에 이뤄지는 행사다.
인도 타타자동차 계열의 영국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는 지난주 최고출력 1000마력의 전기차 타입 01을 공개했다. 기본 가격은 약 13만달러(약 1억7316만원)다.
과거 강력한 12기통 엔진으로 유명했던 재규어는 앞으로 전기차에 집중하기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타입 01은 이러한 전략에 따라 선보인 첫 번째 신차다.
재규어는 향후 타입 01보다 저렴한 모델을 포함해 여러 전기차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로돈 글로버 재규어 총괄책임자는 NYT와 인터뷰에서 “브랜드를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서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규어는 빨라야 하고 편안해야 하며 고급스러워야 한다"며 "그러한 요소들을 결합하는 데 전기차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재규어 타입 01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약 97㎞까지 3.1초 만에 가속할 수 있다.
개발진은 기존 재규어 스포츠카의 주행 감각을 재현하기 위해 과거의 대표적인 재규어 모델들을 직접 운전하며 차량 특성을 연구했다.
디자인도 긴 보닛과 낮은 차체, 강조된 뒷부분 등 재규어의 전통적인 스포츠카 형태를 계승했다.
일반적인 전기차와 달리 일부 배터리 셀을 좌석 아래에서 차량 앞쪽으로 옮겨 낮은 차체를 구현했다.
세 개의 전기모터는 바퀴별 구동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코너링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포르쉐 타이칸 판매 31% 감소…고가 전기차 수요 불확실
고급차 업체들이 전기차 출시를 확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스포츠카 구매자 가운데는 대배기량 내연기관 엔진의 소리와 진동을 운전의 중요한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전기차의 주행 경험을 가전제품을 작동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 고가 전기차 시장에서는 판매 부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포르쉐는 기본 가격이 11만2000달러(약 1억4918만원)인 전기차 타이칸의 올해 1~9월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1% 감소했다고 밝혔다.
포르쉐는 전기차 사업 계획을 축소하고 이달부터 고가 스포츠카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이들 스포츠카의 대부분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도 3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루시드는 7만달러(약 9324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25만달러(약 3억3300만원)에 이르는 전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페라리의 첫 전기차 루체는 고급차 고객들의 반응이 엇갈렸음에도 판매에서는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공개된 루체의 시작 가격은 60만달러(약 7억9920만원)를 넘는다.
전통적인 페라리 팬들 가운데 일부는 전기차 출시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실제 판매는 호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라리의 경쟁사 람보르기니는 전기차 출시 계획을 연기했다.
고급차 브랜드 사이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업 전략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벤틀리·롤스로이스도 가세…중국 저가 전기차와 차별화
초고가 전기차 시장에는 영국의 전통적인 고급차 브랜드들도 진출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계열 벤틀리는 내년부터 전기 SUV 토르칼을 판매할 계획이다. 시작 가격은 약 22만달러(약 2억9304만원)다.
BMW그룹 계열 롤스로이스는 이미 약 40만달러(약 5억3280만원)에 판매되는 전기차 스펙터 II를 내놓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지역의 저렴한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NYT는 서방 자동차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차 대신 고성능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제품으로 중국 기업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사용 효율이 높고 빠른 가속 성능을 제공한다. 유지관리 부담과 진동도 상대적으로 적다.
차량 하부에 배치된 무거운 배터리는 무게중심을 낮춰 주행 안정성과 핸들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동차업체들은 이러한 기술적 특성을 활용해 고급 스포츠카 구매자들에게 새로운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고급차 고객들이 단순히 가속 성능만을 기준으로 차량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다.
재규어 타입 01의 디자인을 둘러싸고도 기존 재규어의 아름다움을 계승했다는 평가와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북미재규어클럽의 마크 마유가 회장은 새로운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머스크도 "로드스터 매출 기여 제한적"…기술력 과시가 목적
테슬라 역시 로드스터가 회사의 전체 매출에 크게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 CEO는 20만달러가 넘는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고객층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정해 왔다.
로드스터를 예약하려는 고객은 5만달러(약 6660만원)의 계약금을 내야 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주력 차종인 모델 Y와 모델 3의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익 기여도가 제한적인 초고가 스포츠카에 개발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로드스터가 테슬라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테슬라를 분석하는 배틀로드리서치의 벤 로즈 대표는 테슬라가 로드스터를 통해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테슬라가 단순히 대중적인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라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테슬라와 재규어 등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의 강력한 가속 성능과 정숙성, 주행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내연기관 고급 스포츠카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포르쉐와 루시드의 판매 부진에서 드러나듯 높은 가격과 뛰어난 성능만으로 초고가 전기차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매력에 익숙한 부유층 소비자들이 새로운 전기차의 주행 경험을 받아들일지가 향후 시장 확대의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