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10달러 돌파·WTI 98달러…후티 공격에 중동 공급 불안 고조
트럼프 행정부, 난방유 31만5000배럴 대여…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에는 의문
트럼프 행정부, 난방유 31만5000배럴 대여…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에는 의문
이미지 확대보기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이 격화하면서 미국이 현지 외교인력에 철수 명령을 내리자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경유와 난방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상 난방유 비축량의 약 3분의 1을 시장에 대여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과 공항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비필수 외교인력과 가족들의 철수를 명령하면서 국제유가가 22일(이하 현지시각) 상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오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29달러(1.2%) 오른 배럴당 110.11달러(약 14만6600원)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0.97달러(1%) 상승한 배럴당 98.12달러(약 13만600원)에 거래됐다.
앞서 21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고 WTI는 0.67달러 하락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에서 추가 공격이 발생하고 미국의 외교인력 철수 조치가 알려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
◇사우디 공항·유전 잇따라 피격…미국 외교인력 철수
미국 국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외교공관에서 근무하는 비필수 인력과 가족들에게 출국 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조치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시설을 잇달아 공격한 데 따른 것이다.
후티 반군은 21일 사우디 동부 담맘의 민간공항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우디 유전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
유전과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계속되면서 에너지 생산시설뿐 아니라 민간 항공시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이란 남부 시리크에서도 같은 날 폭발음이 들렸다고 이란 언론이 보도했다.
다만 폭발의 원인과 발생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자국을 방어할 준비를 완전히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국영언론에 미국이 이란을 봉쇄하고 위협하면서 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화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국제 석유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유조선 공격 호르무즈 넘어 오만만까지 확대
중동 원유 운송에 대한 위협도 커지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중동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공격은 최소 18건에 달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의 유조선 공격 범위가 호르무즈해협을 넘어 오만만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해상 수송로다.
그러나 공격 범위가 오만만으로 넓어지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거나 인근 해역에서 선박 간 원유를 옮겨 싣는 작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LSEG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공격이 걸프 지역의 원유 선적과 선박 간 환적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대체 수송 경로를 활용해 원유 수출을 유지하더라도 주요 해역에서 선박 운항 차질이 확대되면 실제 공급 과정의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
◇미국 원유 재고 306만배럴 감소…예상보다 큰 폭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도 국제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306만배럴 감소한 4억1250만배럴로 집계됐다.
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들의 예상 감소 폭은 82만배럴이었다.
실제 감소량이 시장 예상보다 약 3.7배 컸던 것이다.
반면 경유와 난방유 등이 포함되는 중간유분 재고는 예상과 달리 증가했다.
중간유분 재고는 지난주 168만배럴 늘어난 1억430만배럴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116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 재고는 예상보다 크게 줄었지만 중간유분 재고는 증가하는 등 석유제품별 재고 흐름은 엇갈렸다.
◇트럼프 행정부, 비상 난방유 31만5000배럴 대여 추진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내 석유제품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비상 난방유 비축분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21일 북동부 가정용 난방유 비축분 100만배럴 가운데 최대 31만5000배럴을 대여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비축량의 3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조치는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급등한 난방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축분을 활용할 것을 요구한 이후 나왔다.
에너지부는 메인주, 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에 보관된 난방유를 공급할 계획이다.
연료 소매업체와 저장시설 운영업체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해 공급 부족 지역으로 물량이 유입되도록 할 방침이다.
대여 물량의 인도는 11월 13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에너지부 관계자는 추가 비축분 대여가 필요한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정부가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비축유를 업체에 무상 제공하거나 영구적으로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하는 방식이다.
◇경유 가격 갤런당 6달러 넘어…가격 안정 효과 논란
미국 정부가 난방유 비축분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경유와 난방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가정용 난방유는 경유와 성분이 유사한 석유제품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지역 공급 차질로 미국 경유 가격은 한때 갤런당 6.50달러(약 8653원)를 넘어섰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경유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달 갤런당 6.52달러(약 868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도 갤런당 약 6.32달러(약 8413원)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도 연료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북동부에서는 가정용 난방유가 중요한 난방 수단이다.
뉴잉글랜드 지역 가구의 약 3분의 1이 난방유를 사용하며 메인주에서는 그 비율이 약 절반에 달한다.
미국의 북동부 가정용 난방유 비축분은 뉴저지주, 코네티컷주, 매사추세츠주, 메인주 등에 보관돼 있다.
이 비축분은 2012년 허리케인 샌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사용됐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가 뉴잉글랜드 지역 난방유 공급량을 13% 늘리는 효과가 있으며 겨울철 난방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격 안정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 석유업체 걸프오일의 톰 클로자 수석 에너지 고문은 이번 조치가 의아하며 실질적인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축 난방유 대여가 연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략비축 원유 1억7200만배럴 대여 합의…재고는 1982년 이후 최저
트럼프 행정부는 난방유와 별도로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비축유 활용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 전쟁으로 상승한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략비축유에서 원유 1억7200만배럴을 대여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연안의 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현재 비축량은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략비축 원유와 북동부 난방유 비축분은 서로 다른 비상 재고다.
전략비축유는 원유 공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북동부 가정용 난방유 비축분은 지역의 난방 연료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별도 제도다.
미국 정부는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윌리엄스컴퍼니스가 추진하는 컨스티튜션 천연가스 송유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뉴욕주와 뉴잉글랜드 지역의 가정 난방용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주 국방물자생산법에 따른 냉전시대 자금 가운데 최대 4200만달러(약 559억원)를 해당 사업의 초기 작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뉴욕주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이 사업을 막아온 상태다.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에너지 가격 부담 확대
미국의 높은 난방유 가격은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겨울철 난방유 사용 비중이 높은 메인주와 뉴햄프셔주에서는 에너지 가격 문제가 상원 선거의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유와 난방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정부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비상 난방유를 대여하고 전략비축 원유를 활용하기로 했지만 중동에서는 사우디 석유시설과 공항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재고 감소와 중동 원유 수송 차질 우려에 다시 상승했다.
특히 후티 반군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외교인력 철수에 나서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과 에너지 공급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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