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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117달러 돌파 속 정유·석유화학 명암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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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117달러 돌파 속 정유·석유화학 명암 교차

- 후티 반군의 사우디 아람코 본사 공격과 샤이바 유전 타격으로 국제 유가 급등세 지속
- 미국 디젤 비축분 방출과 리비아 송유관 밸브 차단 사태가 겹치며 세계 연료 불안 가중
- 원유 전량 수입하는 한국 정유업계 재고 평가 이익과 석유화학 원가 상승 리스크 공존
국제 유가 기준 지표인 ICE 브렌트유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충돌 격화로 배럴당 117달러 선에 거래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국제 유가 기준 지표인 ICE 브렌트유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충돌 격화로 배럴당 117달러 선에 거래됐다. 사진=로이터

국제 유가 기준 지표인 ICE 브렌트유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충돌 격화로 배럴당 117달러(약 15만 5025원) 선에 거래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10월 23일(현지시각) 화물 운임 하락과 선물시장 백워데이션 완화에도 지정학 불안이 상승세를 견인했다고 보도했다. 백워데이션은 원유 선물시장에서 "당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 먼 미래의 기름보다 지금 당장 인도받는 기름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싼 현상을 말한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는 정유 부문의 재고 손익과 석유화학 부문의 나프타 원가 압박이 교차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중동 석유 시설 피격과 공급 차질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다하란 본사 건물이 후티 반군의 직접 타격을 받자, 전 직원 대상 대피령을 내리고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이번 공격은 양측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이래 사우디 핵심 본사 시설에 대피령이 내려진 첫 사례다. 사우디 남동부 샤이바 유전 역시 무인기 공격을 받아 생산 현장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도 물리적 공급 차단이 발생했다. 리비아 국영석유공사는 신원 미상의 세력이 주요 유전 송유관 밸브를 강제로 잠갔다고 밝혔다.

이번 밸브 차단 여파로 하마다 유전에서 하루 5만 배럴, 타하라 유전에서 하루 4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이 즉각 중단됐다. 리비아 국가 재정의 90%를 차지하는 원유 생산 라인이 멈춰 서며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긴장감은 한층 커졌다.

각국 비상 대책과 연료 가격 불안


주요국 정부는 유류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미국 에너지부는 북동부 디젤 비축분의 3분의 1 수준인 31만 5000배럴을 긴급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세계 디젤 수출 둔화에 따른 지역 공급난을 해소하려 다음 달 7일 뉴욕항에 들어오는 첫 러시아산 디젤 수입 화물선 하역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난방용 에너지 가격도 오름세를 탔다.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MWh당 93유로(약 13만 7932원)를 웃돌며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가스 저장률이 75%를 밑도는 수준에서 채워져 겨울철 한파 취약성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200억 달러(약 26조 5000억 원) 규모 예산의 빠른 소진을 이유로 12월부터 휘발유 보조금을 순차적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 산업계 가치사슬과 대응 과제


배럴당 120달러(약 15만 9000원) 선을 넘보는 고유가는 한국 산업계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불균형한 파장을 미친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정유업계는 단기 장부상 수치와 실제 현금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린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사는 과거 들여온 저가 원유 덕분에 장부상 재고 평가 이익이 단기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금 유입 없는 회계상 수치에 불과한 데다, 원유 도입을 위한 운전자본 부담 급증과 복합 정제마진 위축이 겹쳐 실질 영업 수익성은 뒷걸음질 칠 위험이 크다.

석유화학사와 연료비 지출이 큰 항공사는 마진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엘지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사는 원료인 나프타 단가가 치솟더라도 글로벌 공급 과잉 탓에 이를 합성수지 판매가에 즉시 전가하기 어렵다. 항공업계 역시 전체 영업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 상승과 유류할증료 반영 시차로 당분간 수익성 압박을 견뎌야 한다.

이러한 공급망 부담은 주요 산유국의 증산 전환 속도에 따라 양상이 바뀔 수 있다. 미국 셰일오일 시추가 빠르게 늘고 중동 외 대체 공급선이 시장에 풀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조정을 받으면 한국 기업이 짊어질 원가 부담은 완화된다.

에너지 시장의 다음 향방은 피격된 사우디 기반 시설의 정상 가동 시점과 주변국 수출 재개 수준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