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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손정의 회동, ARM 인수 대신 ‘협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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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손정의 회동, ARM 인수 대신 ‘협력’만

높은 몸값에 빈약한 매출액, 규제당국 승인 여부도 걸림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현금 보유 집중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4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 이후 재계총수들과의 만찬을 위해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4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 이후 재계총수들과의 만찬을 위해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사진=뉴시스


영국의 글로벌 팹리스기업(반도체 설계전문) ARM 인수가능성으로 주목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회동이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손 회장의 직접 이 부회장에게 ARM 인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동 이후 “중장기적인 협력관계 구축”이라는 원론적인 결과만 도출된 것으로 알려져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일 방한한 손 회장과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삼성 측에 ARM 인수 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론적으로 기존의 협력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격상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ARM 매각과 프리IPO(기업공개 전 대규모 자금투자) 참여 등한 논의가 없었다는 게 삼성 측의 전언이다.

재계에서는 ARM의 높은 가격과 규제당국의 승인 여부, 그리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 대비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이 부회장이 ARM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영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귀국한 자리에서 ARM 인수 가능성을 붇는 취재진들에게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ARM의 매력이 줄어든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ARM은 지난해 말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할 당시만 해도 400억달러(약 56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매출은 고작 27억달러(3조8000억원)에 불과해 몸값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ARM의 전체 매출 중 20% 정도를 차지하는 ARM차이나가 최근 독립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굳이 매출액 대비 몸값이 높은 ARM을 업황 불황과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현금을 쥐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