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글로벌 팹리스기업(반도체 설계전문) ARM 인수가능성으로 주목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회동이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손 회장의 직접 이 부회장에게 ARM 인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동 이후 “중장기적인 협력관계 구축”이라는 원론적인 결과만 도출된 것으로 알려져서다.
재계에서는 ARM의 높은 가격과 규제당국의 승인 여부, 그리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 대비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이 부회장이 ARM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영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귀국한 자리에서 ARM 인수 가능성을 붇는 취재진들에게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ARM의 매력이 줄어든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ARM은 지난해 말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할 당시만 해도 400억달러(약 56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매출은 고작 27억달러(3조8000억원)에 불과해 몸값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ARM의 전체 매출 중 20% 정도를 차지하는 ARM차이나가 최근 독립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굳이 매출액 대비 몸값이 높은 ARM을 업황 불황과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현금을 쥐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